반갑지 않은 손님 - 간질환 (하)
반갑지 않은 손님 - 간질환 (하)
  • 채희복 <충북대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 승인 2011.12.25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칼럼
올바른 습관·긍정적 마음가짐 필수

채희복 <충북대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다음으로 두 번째 부류에 해당되는 간질환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에 해당되는 간질환들의 특징을 알아보면, 환자가 예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요인 단독으로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혹은 불가피한 요소에 예방가능한 요소가 함께 복합되어 나타난 간질환들이다. 그 예로, 모태감염으로 만성B형간염이 된 경우, 자가면역성 간질환, 간경변에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 등이다.

◇ 만성B형간염

50세 남자로 현재 대학 교수이다. 모태감염으로 만성B형간염을 앓고 있으며,의사가 처방한 대로 지시를 잘 이행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과로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책상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만성B형간염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많은 것을 보면 질병은 한편으로 자신을 게으르지 않도록 깨치는 자극제가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건강해야 하는 목적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 하고 싶은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이 하던 일을 접고 휴식을 취하라는 충고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질병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간염을 비활동성인 상태로 억제하기 위하여 투약하고, 적당한 정도의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 자가면역성 간염

35세 여성으로 자가면역성 간염을 앓고 있다. 평소 피부발진과 관절통 등을 앓고 있었으며 4년 전 건강검진에서 간효소 수치가 높게 나와 검사 결과 간염의 원인이 자가면역간염으로 나왔다. 자가면역간염이란 내 몸의 면역세포가 내 자신의 간세포를 공격대상으로 삼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병균, 바이러스 혹은 암세포 등을 공격하도록 입력된 신체 방어체계의 일종이지만 간혹 이런 입력오류가 생긴다. 환자는 면역억제제로 잘 조절되고 있지만 약을 중단하면 재발하게 되어 면역억제제를 소량 복용하면서 유지 중이다. 처음에는 이런 병을 갖게 된 자신의 운명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만성질환을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되면서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만학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 간암-활동성 만성B형간염

45세 남자로 활동성 만성B형간염과 간경변이 합병된 상태로 처음 내원하였다. 본원에서 약 2년간 만성B형간염을 치료받던 도중에 정기 초음파 검사에서 간암이 발견되었다. 간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환자는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매우 담담하게 진단을 받아들였다. 현재 의학으로서는 간경변을 낫게 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으며, 만성B형간염을 치료하여 간경변 악화와 간암의 발생을 예방한다. 이분의 경우는 환자의 잘못은 전혀 없다. 의사의 지시대로 복약도 잘 하였지만 결국 결과는 좋지 않게 되었다. 의학분야에서는 밝혀진 것보다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가 더 많다. 간암 환자의 90%는 간경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성간염,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의사와 환자는 함께 정기검진 일정을 잘 지켜서 조기에 간암을 발견해낼 수 있어야 한다. 간암의 발생은 환자의 잘못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다른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운명은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이상 여섯 가지 증례를 통해 간질환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예방법이란 다름이 아닌 과음하지 않기, 과로하지 않기, 스트레스를 풀기, 균형잡힌 영양섭취,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다. 첫 번째 부류의 간질환들은 평소 건강한 습관 실천으로 극복하고, 두 번째 부류의 불가항력적인 질병이 운명처럼 찾아온다면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 우리 모두 평소 건강한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후회 없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도록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