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위기감은 경계해야 한다
지나친 위기감은 경계해야 한다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1.12.22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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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세계의 관심이 온통 북한에 쏠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독재정치를 통해 그들만의 왕국을 건설한 북한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핵무기라는 위험한 장난감을 갖고 있어 그 통제력을 잃고 돌발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다.

북한의 우발적 행동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의 역학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일촉즉발의 위험까지 안고 있기에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북한이 보여준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은 여느 일반 국가와 달랐기 때문에 김정일 사망이 북한의 정세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은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김정일 사망은 국내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역할을 한다. 총선을 4개월 앞둔 우리나라의 정치적 판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커졌다. 김일성 사망이나 천안함 폭침 등 일련의 학습이 충격을 완화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킨 한나라당이나 당내 갈등을 감수하고 통합신당으로 새로운 면모로 일신하는 야당의 정치 행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안정한 북한의 정치상황은 안보와 안정을 추구하는 여당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직접적인 위험과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은 높다.

이상득 국회의원의 여비서 계좌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8억 원의 돈이 발견된 사실이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의 배후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한반도 정세의 급변은 야당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조문을 보내는 문제에 대한 입장 차는 과거 김일성 사망 당시처럼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갈등으로 번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연이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과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 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중도신당의 출현은 친박의 한계를 넘어서 친이계를 아우르는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은 측근의 비리 연루와 친인척 비리로 이어져 여당이 비상대책위를 꾸릴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여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교수의 등장은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박근혜의 지지율을 깨트리는 파괴력을 보여 주었다.

여당의 정치적 분열과 반 MB 정서와 신자유주의에 반동으로 이합집산한 제야당의 출현 등 모든 국내 정치적 상황이 김정일 사망이라는 변수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동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도록 기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유훈통치를 통한 3대 세습이라는 기형적인 북한의 정치 환경은 과거에 그랬듯 삼년상을 치르고 나서 김정은이 정치 전면에 나설 확률이 높다. 강성대국의 원년인 2012년을 맞이하는 북한 주민의 기대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선 당분간 조문정국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치가 북한의 정치적 변동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고 북한으로 인한 정치적 변수는 늘 있어 왔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전면에 나선 시점에 터진 김정일 사망은 안보 위기 국면을 잘 넘기면 안보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정일 사망을 놓고 정당 간 유·불리를 따지기 전, 국내 정치 현안이 북풍에 매몰되는 것은 우린 경계해야 한다.

도를 넘는 군사적 위기감 조성과 이를 통해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일부 언론의 논조에 견강부회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위기를 극복할 만한 성숙한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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