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상이네요… 절약 부탁합니다"
<르포>"정상이네요… 절약 부탁합니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1.12.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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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용제한 단속 첫날
충북 비교적 잘 지켜 내년 2월말까지 진행

피크시간 간판 끄면 어떻게 장사하냐 …

곳곳서 실랑이도

영하로 수은주가 뚝 떨어진 15일 오후 5시 청주시내 한복판 성안길. 전자온도계를 손에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롯데영프라자(전 청주백화점) 안으로 들이닥쳤다.

들어서자마자 자신들의 신분을 밝힌 이들은 지하 2층, 지상 7층(옥탑 건물 포함)의 롯데영프라자 최저층 최고층 가운데 층 3곳의 출입구와 중앙에서 온도를 계측하더니 평균값이 18.2도가 나오자 "정상이네요. 앞으로도 에너지 절약을 부탁합니다"라며 유흥가가 밀집한 상당구 용암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 시행 첫날인 이날 충북도는 청주시, 에너지관리공단 충북본부, 충북지방경찰청과 함께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에너지 사용제한 위반시설에 대한 단속을 실시했다.

점검대상은 도심에 자리잡은 백화점 등 대형 다중이용시설과 사무실, 유흥가 밀집지역 등이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날부터 내년 2월말까지 전력난 극복을 위한 난방온도와 네온사인 제한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을 펼친다.

정부는 최근 계약전력이 100㎾이상인 전국 5만8000개의 건물을 온도제한 대상으로 정했다. 에너지절약 강화를 위해 이전까지는 초대형 건물 478곳만 냉난방 온도를 규제했지만 올겨울부터 대폭 확대한 것이다. 충북에서는 106곳의 건물이 지정됐다.

상업건물의 옥외 광고물과 네온사인의 경우 전력사용 피크시간대인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1회 위반시 경고장만 발부되지만 5회 위반 때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날 단속반으로 나선 충북도 생활경제과 이성원 에너지관리팀장은 "다중이용시설 같은 곳은 대체적으로 에너지절약 관련, 홍보가 잘돼 있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유흥가의 네온사인이 문제"라며 "사업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의 에너지절약 노력도 정점에 달하고 있다.

충북도는 올해 겨울철 에너지 사용 총량 10% 감축을 목표로 정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올해 청사가 노후화해 난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6억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건물의 유리창 298개를 교체했다. 기존 창문의 두께가 얇아 단열성능이 떨어지는 점을 보강한 것이다.

여기에 도는 지난 8월 3억3000여만원을 들여 서관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시간당 발전용량 32㎾)을 설치했다. 도는 이곳에서 연간 4만6700여㎾의 전기를 생산해 자체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한국전력 충북본부는 지난 5일부터 전력사용량 피크시간대 난방 안 하기, 개인 전열기구 사용 금지, 창가쪽 전등 끄기, 전 직원 내복입기 등의 동절기 에너지절약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적정 실내온도도 권장기준치인 20도보다 더 낮은 18도로 정하고, 전 직원이 동참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계측한 충북본부의 각 사무실별 실내온도는 14~15도가량이었다. 에너지절약의 일환으로 충북본부는 올해 전 직원이 내복을 공동 구매하기도 했다.

충북본부 장정환 홍보실장은 "전력을 생산·유통하는 기관으로서 솔선수범하기 위해 직원들 스스로 내복을 착용하는 것은 물론, 무릎담요 사용, 방한용 점퍼를 착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며 "심지어 많은 남자 직원들이 구두 대신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단속은 전국적으로 실시됐으며 단속반과 업주들 간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단속에 걸린 업주들은 "손님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오후 5~7시 사이에 네온사인을 끈 상태로 어떻게 장사를 하냐"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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