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에 대한 우려
종편에 대한 우려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1.12.1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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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는 기사 내용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기사에 대해 더 많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차려진 밥상처럼 주어지는 정보에 만족하기보다는 관심 있는 사건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기사의 이면까지 파고들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공정성과 균형성을 잃은 편파적인 논조의 언론을 더 이상 믿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과거에 독재정권을 감시하는 역할을 언론이 했다면 이젠 그 언론이 비대해져 무소불위의 언론 권력을 형성했다.

이제 언론은 스스로의 제어장치도 없고, 언론을 통제할 만한 힘을 가진 곳도 찾기 어렵다. 자정기능을 잃은 언론의 비대화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언론사가 특정 재벌의 후광을 업고 있는 이상 정론(正論)을 기대할 수 없다.

언론의 기본 사명은 '사실 보도'와 '감시· 비판' 기능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사실 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력, 자본권력, 종교권력, 언론권력 등 국민의 편에서 모든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존재 이유다. 그래서 기자나 언론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자기검열'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옭아매 현실과 타협하게 하는 것은 곧 영혼을 갉아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언론과 왜곡하는 언론의 책임 방기는 곧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올해 12월부터 종편(종합편성채널)이 시작됐다. 조선, 동아, 중앙, 매일경제 등 보수 언론이 방송영역까지 장악해 언론을 주도하게 되면 급격한 우경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최고의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 언론이 집중되면 다양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종편의 출발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첫째 콘텐츠가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포화상태에 있는 광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러기 위해선 막장드라마 양산과 선정성을 표방한 질 낮은 방송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둘째는 광고시장의 황폐화다. 신문과 종교방송, 지역신문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한정된 광고시장에 열악한 기반을 갖고 있는 단체의 피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는 여론의 황폐화다. 보수언론 일변도의 편중현상은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그리고 현재 9개의 공익채널을 의무재전송하는데 이곳에 종편을 포함한다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판에 그들이 끼치는 영향력은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방송국 대부분을 신문사가 보유한 일본을 보면 하나같이 보수 일색이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가 방송사의 예산을 국회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 때문에 언론이 정치적 타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결국은 방송의 독립권을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 편향적인 언론은 저널리즘 기능을 제거당하고 무색무취의 방송을 하거나 철저한 오락기능으로 전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덕분에 일본의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54년을 집권했다.

70년대 대학 시위 취재를 나갔는데 '개와 기자의 출입은 금합니다'라는 푯말을 보고 부끄러움에 치를 떨었다는 어느 언론인은 "독재에 적극적 항거는 못해도 검찰도, 기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데, 이젠 어느 누구도 잘못되어 가는 세상을 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며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언로가 막히면 민의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편을 통한 보수언론의 여론몰이가 단순한 기우(杞憂)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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