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공식(1) 왕초보
파킹공식(1) 왕초보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1.12.1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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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반영호 <시인>

아들이 타던 승용차를 가져왔다. 집과 사업장의 거리도 가깝고 전문기사가 있는가 하면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있었으므로 특별히 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팔아 없애느니 가져오라 했다. 운전을 해 본 지가 군대생활 때였으니 35년 전이 된다. 운전 감각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런 나를 위해 아들이 강사로 나섰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차를 좋아했다. 어떻게 차를 좋아했던지 장난감 차를 사 달라는 통에 장난감 가게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종종 아이가 없어지면 경찰서나 읍사무소에 미아 신고를 했는데 찾고 보면 차 많은 곳에서 발견하곤 했다. 아이는 툭탁하면 터미널로 차 구경을 나갔다. 어느 때는 무작정 버스를 타고 멀리까지 혼자 가곤 하였다. 그 아이 어릴 적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금도 휴일이면 아르바이트로 운전을 한다. 호텔 등에서 파킹해 주는 일이라든가 수입차 드라이브 행사엘 나간다. 수입차는 안전진단을 위해 3,000km의 로드테스트를 해야 하고, 홍보를 위해 서울 부산 간, 서울 목포 간 등 레이스이벤트를 한다. 부모로서 이런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이 불안하지만 수입도 짭짤하다 하고, 무엇보다 녀석의 취미이며, 운전 실력이 자타가 베테랑이라니 믿는 바이므로 말리지는 않는다.

운전연습을 나가잔다. 다짜고짜 키를 내주고 녀석이 조수석을 택했다. 좌석높낮이와 브레이크 페달의 거리, 백미러 실내 미러를 점검하고는 안전띠를 매라, 기어를 확인하라, 잔소리를 하더니만 출발하란다. 이까짓 것 하며 자신 있게 도로로 나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다. 출발 전엔 35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곧잘 준비를 해냈지만 막상 주행 중 브러시를 켜려니 더듬거렸으나 곧 작동되자 녀석은 "어유. 잘 하시는데요"하며 칭찬 비슷한 위안을 준다.

어느 아파트 앞에 서라 하더니 대뜸 주차강의에 들어갔다. 주차에는 전진주차와 후진주차, 사선주차, 평행주차가 있다. 제일 어렵다는 후진주차부터 시작했다. 이론은 간단했다. 먼저, A, B차와 50cm 간격으로 진입해 내 차의 뒤범퍼가 B차의 중간에 이르면 정지한다. 다음 동작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끝까지 돌려 후진한다. 이때 A, B차와 닿지 않도록 한다. 최종, 내 차와 A,B차가 수평이 되면 핸들을 정중앙에 놓고 후진하다 정지하면 된단다. 곧바로 실기에 들어갔다. 후진주차는 T자형이다. 내 차의 오른쪽 끝을 B차의 좌측 라이트를 꼭지점으로 90도 각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침착하게 해냈다.

다음은 전진주차이다. A, B차와 1m 간격으로 진입하여 사이드미러가 A차의 왼쪽 끝선에 이르면 정지한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끝까지 돌려 전진한다. 이때 A,B차와 닿지 않도록 한다. 내 차와 A, B차가 수평이 되면 핸들을 정중앙에 놓고 전진하다 정지한다.

마지막으로 평행주차를 했다. A, B차와 1m 간격으로 진입해 내 차와 B차 뒤범퍼가 일직선상에 놓였을 때 정지한다. 핸들을 오른쪽 끝까지 돌려 후진하다 45도가 되면 핸들을 정중앙에 놓고 후진한다. B차 뒤 범퍼와 내 차 앞 범퍼가 만날 때쯤 핸들을 왼쪽 끝까지 돌려 후진하다 정지하면 된다.

든든한 아들이 옆 좌석에 있어선지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한 가지 주차법을 다섯 번씩 반복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공식만 알면 쉽다. 수학공식처럼. 그리고 여러 번 연습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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