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별없는 따뜻한 손길 … 이방인 마음 열다
<1> 차별없는 따뜻한 손길 … 이방인 마음 열다
  • 전영순 <수필가>
  • 승인 2011.12.0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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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순의 미국에서 온 편지
전영순 <수필가>

노스캐롤라이나주 운영 영어과정 다국적 18명과 수업

추수감사절 문화의식 동참 … 의미·정서 배우는 계기로

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정부(Wake County)에서 운영하고 있는 ESL(English Second Language)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메인수업은 아침 아홉시에 시작해서 오후 한 시에 끝난다. 반편성은 레벨(Level) 1~6까지 있다.

보너스로 번역(translation)반과 CD를 듣고 답하는 수업(Crossroads Cafe)도 있다. 그 외 오후수업은 한 시 십오 분부터 세시 까지 문법과 이디움 수업이 있다. 여러 곳에서 영어수업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곳(Church of Christ)이 가장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 소문을 듣고 나도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후 수업까지 듣다가 힘이 부쳐 지금은 메인수업만 듣고 있다. 이것도 따라가기 힘들어 쩔쩔맨다.

수업 받는 학생들은 주로 이곳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온 학생들과 유학생 가족, 이민자, 연구차 온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지금 레벨 5수업을 담당하는 루이스(Luise) 선생 밑에서 공부하고 있다. 학생은 한국, 중국,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 터키, 이란, 브라질, 아르헨티나, 콩고에서 온 사람들이다. 모두 18명인데 이들 중 한국인은 나를 포함해 4명이다. 루이스는 이곳에서 제일 잘 가르친다고 한국인들 사이에 평판이 나 있다.

레벨5 수업은 한 학기에 소설책(No Place Like Home1) 한 권과 영화(Father of The Bride1,2)를 정했다.

매일 소설 한 차트와 영화를 20분 보고 토론식 수업으로 쓰기와 문제풀이를 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시험을 본다. 루이스 선생 재량으로 외부 강사를 초청해 노래교실, 변호사 초청, 대화시간 등 특별수업도 한다. 젊은 학생들 틈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는 아주 힘들다. 많이 힘들지만 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은 노래를 가르치는 매리(Marry)집에서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파티가 있다. 매리네 집 가는 길옆으로 단풍이 절정이다. 먼저 물든 잎들이 차창으로 날아들어 가을 이야기를 한다.

매리네 집 정원에는 피부색이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맑은 하늘, 고운 단풍으로 가득한 날 여러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이 뜰이 더욱 풍성해 보인다. 백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단풍잎 하나씩 들고 손을 높이 들며 이 풍요로운 가을을 우리에게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의식을 마치고 우리는 미국인들이 마련한 추수감사절 음식을 먹었다. 터키에 크랜베리 소스, 감자 샐러드, 호박파이, 샐러드로 장식한 달걀 등 맛깔스럽게 준비되었다. 우리의 무청 시래기 무쳐놓은 것 같은 음식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이런 음식을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취향에 맞게 접시에 담아 테이블이나 정원에 앉아 먹었다. 테이블 위에는 호박 속을 파서 그 속에 꽃을 꽂아 놓았다. 호박 주위는 장미꽃잎을 뿌려 두었다. 테이블 위의 장식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나는 터키를 크랜베리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찬바람이 이는 날 식은 음식을 먹다보니 한국에서 장작불 지펴놓고 오순도순 둘러앉아 따뜻하게 먹던 바비큐가 그리워진다.

요즘 미국은 추수감사절 시즌으로 한 달 전부터 여기저기서 파티가 한창이다. 나 또한 한 달 전부터 추수감사절 파티에 초대받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추수감사절의 의미와 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여러 곳에서 행사나 파티를 열고 있다. 나 같은 이방인도 이들이 마련한 문화의식에 동참함으로써 미국의 정서와 문화를 하나씩 배워간다. 초대해 준 매리와 미국인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우리나라도 이젠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어느 나라를 가든 KOREA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이 살기 좋은 지구촌에는 어디를 가든 한국인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 중 한국인이 제일 많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이 외국에 나와 살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들이 그들을 맞이하는 데는 많이 미숙하다. 인종이나 직업에 따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방인을 배려하는 의식수준도 함께 세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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