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같은 삶
손수건 같은 삶
  • 이진순 <수필가>
  • 승인 2011.12.01 2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이진순 <수필가>

비가 내리는 날 무조건 차를 몰고 나왔다. 시야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음을 맑게 만들어 준다. 한참을 달리다 경치 좋은 길목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촉촉이 젖어 다소곳해진 낙엽들은 사락거리며 내리는 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저 나무들은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잎들을 다 땅에 내려놓고 서 있다. 그 모습이 당당하고도 겸손한 모습이다. 두 손을 합장하고 하늘을 우러러 무엇을 염원하는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배울 것이 참으로 많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을 맞으며 나도 마음의 갈무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책상 위에 매일같이 배달되어 날아오는 초대장은 송년 모임 안내장이다. 하나 둘 나이가 늘어가며 이제는 주변을 정리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러나 정이 많은 탓인지 아쉬움만 남을 뿐 시간에 쫓기면서도 절교를 선언한다는 것은 어렵다. 모든 미련 툭툭 털어버리고 저 나무처럼 세상을 살 수는 진정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매일같이 만나서 어우러져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세상살이가 좋은 사람과만 만나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을 상대로 만나는 사람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또 만나서 편하고 부담 없는 친구도 골라서 만날 수 있다. 매월 만나는 모임 회원들도 골라서 만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색의 사람들이 만나서 즐기고 사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난 어떤 사람들과 만나서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문득 여행길 대합실에서 본 글귀가 생각난다. 제목은 만남, 글쓴이는 미상, 보석 같은 글이었다. "가장 잘못 만난 사람은 생선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비린내만 묻어 왔다. 또 꽃송이 같은 만남은 활짝 피어날 때부터 귀엽다 예쁘다 아름답다고 했으면서 시들면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버린다. 건전지 같은 만남은 뜨겁다가 약이 떨어지면 역시 버리기 때문에 잘못 만난 만남이란다.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이어야 한다. 슬플 땐 눈물을 닦아주고 기쁘고 힘들 땐 땀을 닦아주고 더러워지면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만남이어야 한다"고 했다.

난 지금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지 손수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 한 번쯤 체크해 볼 일이다. 또 난 어떤 부류의 인생을 살고 있는지 성찰해 볼 일이다.

산을 오르다 조용한 찻집이 있어 들어왔다. 따뜻하고 아늑한 산 중턱에 자리한 찻집에서 대추차 한 잔을 앞에 놓고 명상에 잠겨 본다. 인생을 잘 살다 가는 것은 손수건 같은 사람이 되어 남에게 헌신하며 끝없는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이 되라는 건데 난 진정 그런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애는 쓰지만 살고 있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와 인연 지어진 남편과는 틀림없이 손수건 같은 여인이 되어 살고 싶은 마음이다. 하느님 앞에 신의를 지키기로 한 약속을 꼭 지킬 것을 다짐한다. 자신은 없지만 이웃과 세상살이하면서 손수건 같은 사람이 되어 살아보려고 애쓰며 사는 삶도 예쁘게 사는 삶이 틀림없을 것 같아서 노력하며 살아보려고 간절하게 소망하며 12월을 맞고 싶다.

20011년 끝자락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차분하게 가랑잎을 잠재우며 내 마음을 청소해 주고 있다. 훌쩍 집을 떠나와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손수건 같은 삶을 살기 위한 시너지를 주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나서 나누는 이런 시간이 생겨지길 바라며 충만한 은총을 꿈꿔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