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포기해야 하나…" 공황상태
"농사 포기해야 하나…" 공황상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11.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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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속수무책에 농민들 망연자실
보은군 산단편입 농가 대체농업 포기

한·미 FTA 국회 비준이 통과된 이후 농업이 산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도내 지방자치단체가 후속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가 농업부문에 가장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차원의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앙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 보은군 등 농업이 산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 22일 한미FTA 국회비준 과정이 생중계되는 TV속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앞으로 닥쳐 올 지역의 파장에 대해 크게 고심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관심에도 농·축산업에 당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원론적 우려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입장이어서 중앙정부의 제시방향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농민들대로 한미FTA가 국회 비준에 따라 현실로 다가오자 일부 농민들의 경우 앞으로도 농사를 계속 이어 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마저 제기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내년부터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보은군 삼승면 지역 농민들의 경우 현재 단지에 포함된 농지에 대한 보상절차에 따라 대체농지를 구입해 새로운 농사일을 준비해야 하나 한미FTA가 눈앞의 현실로 닥치게 되자 농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농민 이모씨(68·보은군 삼승면 원남리)는 "평생을 땅을 일구며 살아 오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바람에 농토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비록 늙은 나이지만 보상 받은 돈으로 새로운 농토를 마련해 농사를 계속하려 했으나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워 농사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축산농민 최모씨(58·보은군 마로면)는 "한미FTA로 인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사료값은 이제 제어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농민들의 우려가 팽배하면서 심각한 전업을 고려하고 있는 농민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보은군의 경우 지난 2004년 1만5146마리였던 한우 사육 마릿수는 소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강화된 이후 한우와 수입소고기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오히려 늘어나 지난 2009년에는 2만4745마리로 늘어났으나 사육 농사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최근 들어 소값 폭락 현상과 농산물의 가격 변동 심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FTA로 소고기 수입이 본격화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농정 관계자는 "강소농 육성과 지역특성에 맞춘 다품종 소량의 근교농업 중심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나 농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기간의 장기화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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