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는 사람들
자신을 찾는 사람들
  • 반숙자 <수필가>
  • 승인 2011.10.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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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숙자의 느낌이 있는 창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수필교실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멀리서 달려오는 그들을 보고 이 바쁜 세상에 할 일이 어지간히 없는 사람들이라고 모르는 소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목마름이 있음을 실감한다.

요즘은 농촌 읍면 단위까지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상승되는 문화의 세기임을 절감하는 변화다. 그러니까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그만이었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 결핍증을 느끼는 마력이 있어 소유의 그늘에서 허우적대던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 정신적 풍요를 누리고자 하는 행동을 뉘라서 가타부타하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서울을 비롯하여 평택, 제천, 충주, 청주 등지에서 달려오는 그분들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는 때가 많다. 시간이 바로 금이 되는 세상을 살면서 하루를 고스란히 소비하는 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이고 주부들이다. 그렇다면 밥도 안 되는 수필을 공부하러 큰 희생을 치르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 앞에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살이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게 살고 있지만 자아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음을 알아듣고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하여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어 오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사람은 가장 충만한 시간을 산다.

마슬로 박사의 욕구 단계설을 보면 인간의 욕구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인 생리적 욕구가 첫째 욕구다. 이 욕구가 충족되면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 그 다음이 소속과 사랑에 대한 욕구로 어떠한 형태로든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려는 욕구가 발동한다. 여기에서 발전하면 자존심을 지키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생긴다. 끝으로 자기실현의 욕구인데 최고의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다. 이 다섯 가지의 욕구 가운데 욕구 수준이 높을수록 쾌감도 커서 여기에 도달하면 좀처럼 병에 걸리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욕구설을 볼 때 사람은 자기실현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최고의 기쁨이며 동시에 항상 마르지 않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열쇠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수요일 두 시간의 수필공부를 위하여 기쁘게 달려오는 사람들은 바로 이 자아실현을 충족하려는 사람들이다.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삶에서 얻는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거기에 자신의 생각과 사상과 철학을 담아내는 글쓰기가 어찌 보면 자신을 벗는 과정이고 새롭게 변화되는 지름길임을 알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 때 존재이유가 탄탄해지고 성취의욕도 상승한다. 우울증 환자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되짚어봐야 할 현대인들의 과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기,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최고의 예우이며 가족과 사회에 대한 최대한의 봉사다. 그 일에 대한 작은 징검다리가 되는 수요일을 기다리는 것은 나의 온전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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