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기르고 계신가요, 도깨비를 기르고 계신가요
소를 기르고 계신가요, 도깨비를 기르고 계신가요
  • 충청타임즈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1.09.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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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 이런 문구를 내걸고 1958년 시골 마을에 작은 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 후 53년 동안 이 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은 농사를 짓고, 물건을 수리하고, 공부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일과 공부를 함께하며 살아왔다. 가꾼 사과 알을 따려는 이보다 사과나무를 북돋우고 퇴비를 주어 사과 알이 열게 가꾸어 줄 일꾼을 기르겠다는 이 학교는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이다.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 우리나라의 교육을 풀무교육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공부만 열심히 하는 도깨비만 키우고 있던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계가 주목하는 나라는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발트해 연안에 위치하며 인구는 약 524만명, 우리나라 서울 인구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이다. 러시아와 스웨덴이라는 열강에 둘러싸여 그 나라들에게 지배를 당하기도 하였으니 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약하기까지 한 나라였다. 그러나 PISA에서 부동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교육의 저력을 과시하니 그저 약하기만 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핀란드 교육과정에는 눈에 띄는 과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공예(craft)이다. 공예는 생활 속에서 쓰이는 예술을 가르치는 교과로, 손으로 하는 여러 활동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1~4학년까지는 주당 4시간 이상, 5~9학년까지는 주당 7시간 이상을 최소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예를 통해 이 나라의 학생들은 공예와 관련된 손재주를 발달시키고, 실습에서 체험하는 기쁨과 만족감을 얻어 자부심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어느 정도 일에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지와 그 일에서 오는 만족감을 중요시한다는 의미와 함께 학생들이 만족감과 성취감을 통해 바람직한 자아를 기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이런 교육의 결과로 핀란드의 헬싱키는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되었으며, 핀란드 공예는 아름다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핀란드인의 삶 속으로 들어와 ‘문화’로 자리잡았다. 또한 사람들의 일상, 자연과 함께하는 공예·디자인은 핀란드 공예의 고유한 특징으로 인정받으며, 세계를 주도하는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의 교육 중 우리는 언제나 읽기, 수학, 과학 능력만을 바라본다. 그들은 우리처럼 이른바 ‘국영수에 올인’하여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공예 같은 과목이 없을까? 교과의 명칭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실과가 편성되어 있다. 실과는 핀란드의 공예처럼 재료를 만져보고, 머리로 생각한 것을 손끝의 힘으로 현실에 구현해 내는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만족감과 성취를 얻는 교과이다. 공예는 단지 유용한 물건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공예를 통해 학생들은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관계 맺으며,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수용하는가를 배운다. 이는 21세기가 추구하는 교육의 큰 흐름인 동시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나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충북 청주에서 지난 21일부터 ‘유용지물(有用之物)’을 주제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담배 공장을 예술과 문화, 삶이 만나는 공간으로 변모시킨 이 축제를 바라보며, 새로운 ‘유용지물’을 탄생시킨 창조의 현장을 통해 이 나라의 교육도 ‘공부만 하는 도깨비’를 양산하는 치우친 교육에서 벗어나, 공부와 일을 함께하는 전인을 기르는 데 앞장서는 교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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