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남, 안철수, 상식
애정남, 안철수, 상식
  • 이재경 부국장<천안>
  • 승인 2011.09.1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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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1. 일요일 밤 방송되는 KBS2 TV 희극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새 인기 코너가 등장했다. 지난달 21일 새로 선보인 ‘애정남(曖定男)’ .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라는 뜻이다.

첫 방송에서부터 시청자들이 배꼽을 잡았다. 애정남 역의 개그맨 최효종은 이날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할 상황에서의 애매한 경우를 설정하고 정답을 제시했다. 전철 좌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 앞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서 계실 때 누구에게 양보해야 하느냐를 놓고는 ‘무조건 할머니가 이긴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후 이 코너엔 애매한 상황에서의 처신을 묻는 시청자의 질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최효종은 대형마트의 시식코너에서 몇 개까지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엔 3개까진 먹어도 된다고 답해 주고, 친구의 결혼식 축의금 한도를 성수기(3,4,9,10월) 땐 3만원, 비수기 땐 5만원, ‘친구 어머니가 내 이름을 알 땐’ 10만원으로 정해줬다. 지난 명절 주말엔 조카들 추석 용돈 기준이 명쾌하게 제시됐다. 최효종은 “명절 용돈은 초등생 1만원, 중학생 2만원, 고교생 3만원이 기본이나, 추석 땐 세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안 줘도 된다”라고 말해 공감을 끌어냈다. 애인과 헤어진 후 이성을 만나지 말아야 할 자숙기간은 ‘10년 사귀었을 때 1년, 1년일 땐 1개월’로 정해 줬다.

추석 때 오는 명절 단체 안부 메시지에 대한 답장 여부를 묻는 말엔 ‘무조건 안 하는 것’이라고 잘랐다. 자신이 기준을 정한 이유도 재미있게 풀이했다. 미취학 아동에게 용돈을 안 줘도 되는 이유는 ‘엄마 주머니에 들어가기 때문’, 마트 시식코너에서 4개 이상 먹으면 안 되는 이유는 ‘간에 기별이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 안철수 신드롬이 지금까지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정치권 지각을 변동시킬 만큼의 태풍을 몰고 왔다. 내년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어 놓은 이 현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 답을 ‘정치권의 비상식적 행태’에서 찾고 싶다.

최근 예 하나만 들어볼까.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다. 재적의원의 70%가 강 의원을 옹호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들에게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 “○○여대 학생들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라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해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즉각 여성 아나운서들이 반발했다. SBS 박선영 아나운서는 트위터에 “상식 밖의 사람(국회의원)들이 상식을 요구하는 세상…. 제발 당연한 게 당연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글을 올렸다.

지난달 창원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진보가 화두로 던져지자 안철수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주변 대다수가 가족과 북한문제는 보수적이고 교육문제는 진보적이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어렵다. 굳이 나누려 한다면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누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라고 말하겠다.”

애정남 최효종은 코너의 진행 끝에 항상 이런 말을 한다. “이거 안 지켜도 돼요~잉. 쇠고랑 차지 않아요~잉. 그런데 이거 (지키는 게) 우리끼리 아름다운 약속임~당.” 노인과 임신부에게 지하철 좌석을 양보하는 미덕을 강조하고, 마트에서의 몰염치한 무차별 시식 자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후 자숙기간을 갖자고 말한 최효종의 상식. 지금 정치권은 개그코너에서조차 지키자는 ‘상식’을 지키지 않다가 ‘상식파’ 안철수에게 호된 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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