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하 왜 지금이었을까
등록금 인하 왜 지금이었을까
  • 문종극 편집국장
  • 승인 2011.09.0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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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대전대가 등록금을 내렸다. 대전·충청권 대학 중 처음이다.

대전대는 지난 1월 평균 4.5% 인상한 2011학년도 등록금을 1.7% 포인트 인하해 평균 인상률을 2.8%로 조정했다.

인하된 등록금은 1학기부터 소급 적용한다.

또 한남대는 기존 장학금 이외에 105억 원을 추가로 확보해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재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약 6.5%의 등록금 인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올 2학기에 우선 15억원을 확보하고 2012년 35억원, 2013년 55억원 등 총 105억원의 장학금을 추가 확보, 저소득층 장학금, 신입생장학금, 성적향상장학금, 국제화장학금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란다. 저소득층에게 내년에는 75%, 2013년에는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중부대는 정부나 대학에서 실질적으로 소외받는 가계곤란자를 발굴해 단계적으로 100억원 규모의 맞춤형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직간접 등록금 인하 대책을 내놓은 대학은 충청권에서 이들이 최초다. 충북지역은 이 같은 대책마저도 내놓은 곳이 없다.

대전대는 직접적인 등록금 인하를 전격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반값등록금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인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하폭은 불만스럽지만 등록금을 직접 인하하고 소급 적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반값등록금 외침을 귓등으로 흘리지 않고 어떻게든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전국 대학의 등록금 인하를 이끌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등록금이 부담스러운 학부모들에게는 분명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등록금 인하결정 시점이 왜 지금이냐는 데는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보내기 전에 발표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러운 등록금 인하 결정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동안 충청권 대학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학생과 학부모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여왔지만 대학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충청권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지난달 2학기 등록금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도 대학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정부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대책을 발표했다가 향후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추가 부담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등록금 인하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대전대를 비롯한 충청권 일부 대학에서 소폭이지만 등록금 인하를 들고 나왔다. 반가운 일이지만 왠지 한곁에는 찝찔하다.

노림수가 뭔지 대충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실대학 퇴출을 위한 1단계로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이들 대학의 인하대책을 순수하게 바라보기에는 뭔가 켕긴다. 결국 부실대학을 가려 퇴출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 드라이브에서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학 측의 대안 중 하나가 등록금 찔끔 인하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3단계로 추진하는 정부의 부실대학 퇴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대학 측의 장기적 포석이 아닌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가진 인하결정이라고 믿어 보려 한다. 또 이것이 전국 대학의 등록금 인하 결정에 물꼬가 되길 기대도 해 본다. 꼼수가 아니길 믿어 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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