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필드 7 - 이상 세계, 그 허망함에 관하여
킬링 필드 7 - 이상 세계, 그 허망함에 관하여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1.09.01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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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신들의 정원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학살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살주동자 ‘폴포트’의 이상향 건설에 대한 망상도 한몫 단단히 했다고 한다.

학살자들이 계획한 이상향 그림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캄보디아 농토를 집단 농장화하여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잉여 생산물을 수출하여 얻은 이익금으로 1차 경공업을 육성시킨다. 이를 토대로 2차로 중공업을 발전시킨다. 그렇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완전한 이상 국가를 만들어 1980년까지는 모든 사람이 매일 젖과 꿀이 흐르는 낙토(樂土)에서 산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낙토를 건설하기 위해서 2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말이 좋아 200만명이지 거기에 딸린 아픈 기억은 어찌할까 싶다. 산자와 죽은자를 가르지 않은 고통. 죽음과 죽음에 처해질 고통 앞에서 겪는 공포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 자리에 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상상은 된다.

킬링필드의 종말이 왔다. 1978년 12월 베트남군이 캄보디아를 공격해 살육을 통해 살육을 끝냈다. 결사항쟁을 외치던 골수분자들은 정글로 도망을 갔고 거기서 최후를 맞았다. 그리고 끝이 났다.

인간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상의 생태계에서 쥐와 더불어 가장 필요없는 존재라고 한다. 먹이 사슬의 정점에 있으면서 생태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존재.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몇 천년 지켜 살아온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인들은 몇 백년 사이에 전멸시켰다. 식민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대륙의 검은 피부인들은 여지껏 기아에서 허덕이며 산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뭇 다른 생명들을 해치고 세운 제국들.

말은 화려하고 번드드르 하다. 그러나 그것은 가진 자가 더 갖기 위해, 살인자가 살인을 합리화하기 위해 치장하는 말에 불과할 뿐이다. 이상향에 가기 위해 지금은 참아야 한다고? 파이가 더 커질 때 나누기 위해 지금은 주린 배를 견뎌야 한다고? 참고 견디는 사람은 항상 못 가진 자와 힘없는 자들일 뿐이다. 이상향은 결코 오지 않았고 파이는 절대로 커지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허덕이며 살아갈 뿐이다. 30여년 전의 학살의 전범들이 큰소리를 치며 사는 것처럼 앞으로도 이후로도 계속될 인류의 미래. 그 미래가 무섭다.

킬링필드의 학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상향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파이가 커지지 않았다는 변명하에. 종(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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