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내각
드림 내각
  • 안병권 부국장<당진>
  • 승인 2011.08.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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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우리 옛 선비들 놀이 중에 ‘만고도목(萬古都目)’이라는 것이 있다. 역사를 통틀어 각각의 분야에 가장 훌륭한 사람을 골라 조각(組閣)하는 놀이를 말한다. 이른바, 요즘 말하는 드림 내각을 구성하는 놀이다.

조선시대 지금의 외교통상부 장관에 해당하는 예조판서에는 늘 고려시대 서희(徐熙)가 꼽혔다. 최남선이 지난 1918년 작성한 만고도목을 보면 외무장관에 서희를 등용한 데 이어 외무부 교섭국장으로는 조선 중엽 병자호란 시 주화론자 최명길을 등용했다. 당시 조정 대신들의 대다수가 명분뿐인 청(淸)과의 척화론을 주장할 때, 그는 중국 대륙에서 명(明)이 쇠퇴하고 청이 발흥하는 국제정세를 읽고 주화론을 주장, 청에 항복 문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전쟁 이후 청에 압송된 척화신과 포로 송환에 앞장섰고, 청의 원병 요구를 슬기롭게 피해나가 교섭국장으로 등용한 듯 보인다. 최남선은 이 밖에 조선 숙종시절 일개 어부의 신분으로 일본까지 들어가 울릉도가 우리 영토임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아내고 일본인들의 울릉도 출어를 금지시킨 안용복을 총영사로 등용했고, 신라 시대 인질로 일본에 잡혀가 있는 왕자를 구해 귀국시키고 자신은 사형을 당한 박제상을 전권공사에 임명했다.

물론 사람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과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기에 항상 같은 인물들이 조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주 중에 소폭의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당에 복귀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인사인 만큼 이벤트성 개각보다는 정상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개 부처의 개각이 임박한 가운데 하마평도 무성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복지부는 예산 전문가의 기용이 점쳐지고 있다.

연기자이자 뮤지컬 ‘난타’ 제작자로 유명한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이사가 문화관광부 장관에 입각해 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고사한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자신은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임태희 청와대 실장이 송 대표를 이튿날 다시 만나 설득하려 했으나 그는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자천타천 인물평 속에 정상적인 개각에 변수가 생겼다.

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개표가 무산된 상황에서 오 시장의 사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불러왔다. 청와대는 신중함을 유지하면서 오 시장 사퇴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 등에 대해 부담을 안고 있다. 오 시장 사퇴로 정국지형이 여권에 상당히 불리해진 점을 감안, 이 대통령이 정국 전환을 위한 ‘반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적 변수가 생겼다 하더라도 이벤트성 개각으로 선회해서는 안 된다. 훗날 ‘역(逆)만고도목’이라는 놀이가 국민들 사이에 회자될 가능성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참신한 인물 기용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항상 ‘일 중심’의 개각을 천명했다. 일 중심을 말하기에 앞서 차라리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직하고 깨끗한 인물을 고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고소영 내각’과 ‘회전문 인사’ 등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는 인사 청문회 드라마는 국민들에게 식상하다. 레파토리를 바꿔야 한다.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개각은 전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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