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錦依還鄕)
금의환향(錦依還鄕)
  • 반숙자 <수필가>
  • 승인 2011.07.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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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숙자의 느낌이 있는 창
반숙자 <수필가>

지금 음성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연임 확정을 경축하는 현수막 물결이 끝도 없이 출렁이고 있다. 인구 구만 명을 웃도는 읍 소재지 작은 마을 행치에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되었고 연임이 확정되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경사다. 군민이면 누구나 아니 우리 충북도민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지난 6월 22일 유엔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의 박수 속에 만장일치로 연임 안이 3초 만에 통과 확정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TV로 지켜보던 우리는 만세를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지도를 펴놓고 보라, 이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에 위상을 드러낸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음을 만방에 선포하는 쾌거였다.

연임확정 직후 지역 그룹의 대표들이 보낸 찬사는 그동안 총장의 임무수행평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민주주의와 인권수호, 기후변화 등 첫 임기 동안 이룬 업적을 치하하는 세네갈 대표. 지난 4년 6개월 동안 유엔의 다양성을 지키면서 열정적으로 일했다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동유럽을 대신한 몰도바 대표. 그러나 무엇보다도 유엔주재국 수전 라이스 대사의 찬사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그는 반 총장을 일러 “소리 없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도자.”라고 그의 전모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국제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아프리카와 아랍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을 돕는 과정에서 드러난 특유의 성실성과 겸허한 리더십에 회원국 대표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성실, 겸손,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하여 열심히 하기, 투명성과 상대국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그의 행보는 회원국에 대한 진정한 존경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세계의 수장이면서 회원국으로부터 배우려 하는 자세는 그를 비난하던 사람들조차 한발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6월 23일 반 총장은 연임수락 연설을 통해 노자 81장의 핵심인 “하늘의 뜻은 이롭게 하되 해하지 않으며 성인의 길은 행동하되 다투지 않는다.”를 인용하여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간결하게 피력하였다. 반 총장이 유엔의 이념을 실현하는 핵심 지침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언젠가 고향 선산에 참배하기 위해 부인 유순택 여사와 동행했을 때의 일이다. 참배를 마치고 내외분은 점심 때가 이르자 원남과 도안 사이에 있는 ‘초향기 칼국수집’을 찾았다 한다. 마침 점심 때라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었다. 바쁘게 움직이던 주인이 문밖을 보니 초로의 신사 내외분이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이삼십 분은 족히 지났다. 재촉도 하지 않고 온화한 모습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동네 분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그분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반 총장의 인물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일화다. 그는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조용하고 검소하고 겸손한 사람이다. 초임 총장시절 한때 그가 유엔에 보이지 않는다는 기자들의 뒷말도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분쟁지역을 누비며 평화의 메신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달 14일은 반 총장이 금의환향하는 날이다. 지금 음성은 기쁨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금 음성 사람들은 한껏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큰일을 하고 금의환향하는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기다리며 어느 때보다 의기충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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