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체장 '끗발'
부단체장 '끗발'
  • 충청타임즈
  • 승인 2011.07.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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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측근·친척 채용, 무리한 직원 승진 등을 감사한 결과 인사비리 백태(百態)가 쏟아졌다. 압권인 것은 단체장을 제치고 부군수가 지자체 산하 공단 공채 탈락자 2명을 특별채용한 사례이다. 충북 단양군 얘기이다.

감사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전 단양부군수 A씨는 단양관광관리공단 신규 직원 채용과정에서 공채 탈락자 2명을 특별채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무책임자는 채용자격기준을 변경해 이들을 6급·7급 직원으로 채용했다.

감사원이 전국 지자체 65곳을 대상으로 조직·인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나타난 사실이다

요즘 지자체 사정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단체장이 인사·예산 전권을 휘두른다는 게 일반의 상식인데 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취업난 탓에 지자체 산하 공단의 신규직원 채용이 진행됐다면 단체장이 청탁에 시달렸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런 판에 '자기 몫'을 챙겼다 하니 부단체장의 '끗발'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당사자의 공직 경력과 이력도 흥미롭다. 감사원에 고발된 A씨는 충북도 감사관을 지낸 인물이다.

한때 충북도와 시군의 감사 업무를 쥐락펴락 했던 인물인데 감사원에 고발조치를 당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는 적절시기에 적절한 감사를 실시해 영전했다는 평까지 얻은 인물이다.

2008년 청주시와 충북도는 '음식물 쓰레기 위탁처리'를 둘러싼 감사와 처분(공무원 징계)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정우택 전 지사와 남상우 전 시장이 몇 가지 사안을 놓고 잇따라 마찰을 빚고, 감정싸움을 했던 상황이다.

충북의 수장과 수부도시 수장이 핏대를 올리며 감정싸움의 정점에 달했던 무렵 A씨는 중심에 있었다.

충북도 감사관이었던 그는 단체장 뜻을 헤아렸던 듯 감사 실무책임자로서 청주시를 세차게 몰아붙였다. 상황이 종료되자 그는 단양부군수로 영전했다.

그랬던 그가 부임 몇 개월 만에 인사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덕분에 그의 지시를 받아 탈락자 2명을 채용했던 군청 실무책임자도 징계를 받게 됐다고 한다. 공직자 처신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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