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등잔박물관
한국등잔박물관
  •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 승인 2011.07.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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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우리 선조들은 불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어두움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시간을 연장하여 여러 가지 생업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귀중한 불은 선사시대 자연에서 얻은 불씨를 보관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움집의 중앙부분에 화덕을 만들어 놓고 취사, 난방, 조명을 한꺼번에 해결하였다.

이처럼 불을 통해 밝은 삶을 영위한 선조들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용도, 형태, 재료 등을 변화시키며, 다양한 조명기구를 제작하였다. 조명기구로는 기름을 넣어 불을 켜는 등잔(燈盞)과 등잔을 올려놓는 등잔대(燈盞臺), 초와 초를 꽂는 촛대(燭臺), 종이나 사(紗) 등을 표면에 씌워 들고 다니는 제등(提燈), 벽걸이 등잔인 괘등(掛燈), 좌등(坐燈)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을 활용하여 만든 온돌, 화로와 더불어 민속학적으로 중요한 자료인 조명기구에 관한 전반적인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는 한국등잔박물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등잔박물관은 의사인 김동휘 선생이 경기도 용인에 1997년 9월 수원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본떠 설립하였고, 현재는 아들인 김형구 선생이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 지상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 전시실에서는 생활 속의 등잔이라는 주제로 집안의 살림을 이끌어 가는 여성의 중심영역인 안방과 문방(文房)이면서 학문과 예술의 온상으로 가장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는 사랑방,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가족에게 건강을 선사하고 칠성신을 모시는 종교적인 공간인 부엌 등에서 사용했던 각종 생활용품과 등잔류 일괄을 전시하고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세계의 등잔과 우리나라 시대별 등잔을 비교전시하고 있다. 지하의 상우당에서는 무대공연, 세미나, 심포지엄 등의 교육프로그램과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야외 전시장에서는 각종 석물과 민속품을 전시하고 있다.

등잔은 물고기기름, 돼지기름, 쇠기름, 콩기름, 참기름, 들기름, 아주까리기름, 오구나무기름 등을 종지형 그릇에 담아 심지를 넣고 불을 켜는 조명기구로 전 계층에서 두루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1898년 한성전기주식회사가 설립되어 전기가 보급되면서 일반가정으로 상품화된 근대 조명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러한 흐름 속에 19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가 창립되면서 전통적인 조명기구인 등잔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한국등잔박물관을 방문하여 잊고 있었던 선조들의 소박하면서도 수복강녕(壽福康寧)을 염원하며 사용하였던 아름다운 등잔을 가슴속에 아로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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