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거리이름
경성, 거리이름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1.07.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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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서울의 일제 때 이름은 ‘경성(京城)’이다. 본래의 뜻은 ‘서울의 잣(성)’이다. 조선 때의 ‘한성’을 1910년에 일제가 ‘경성부’로 바꿔 부르기 시작하여 경성이라고 했다. 정부는 광복 후 ‘서울’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경성중학교’가 ‘서울중학교’로 바뀌고, ‘경성(제국)대학교’가 ‘서울대학교’로 바뀌었다.

일본이 황국신민으로 세뇌하려고 1941년부터 일본과 한국, 대만의 ‘소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변경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이 끝나자마자 일본과 대만에서는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없애고, ‘소학교’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늑장을 부려 1995년 50년 만에야 힘들게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어 불렀다. 물론 정부조직에 남아 있는 친일세력의 준동 때문이다.

일제 때 ‘경평 축구’라는 게 있었다. 이것은 경성과 평양의 대항 축구 경기이다. 이는 서울과 평양의 축구경기이니까 ‘서평축구’라고 해야 한다. 만약 ‘서울대학’과 ‘평양대학’이 축구경기를 하면 ‘경평대학 축구경기’라고 할 것인가? 그런데 왜 아직도 경평축구인가?

그뿐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기간산업인 ‘경부선, 경원선, 경의선, 경인고속도로, 경춘가도’라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서부선, 서원선, 서의선, 서인고속도로, 서춘 가도’로 바꾸어 불러야 할 것 아닌가?

지금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악령(!)에서 언제 벗어날 것인가?

우리나라의 거리 이름은 대부분 그 지역의 지명이나 역사인물 등으로 붙여져 있다. 거리 이름 중에 순수한 우리말로 지은 곳은 ‘서울’과 전북의 ‘임실’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한자어로 된 거리 이름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가면 ‘로데오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에 외국어로된 이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지명을 갖기는 드믄 예이다. 로데오 거리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베벌리힐스 이웃의 고급 옷가게 거리인 ‘로데오 드라이브’에서 따온 것이다. 고급의 의상과 찻집이 있다는 얘기이다. 로데오거리는 서울 화양동과 연신내, 신정동, 문정동, 창동 등지와 경기도 일대의 일산과 분당, 안산, 수원을 비롯해 대학촌, 번화가마다 ‘로데오 거리’가 속속 들어서 있다.

외국어로 된 우리나라의 거리 이름 중에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와 목동의 ‘파리공원’, 부산의 ‘유엔묘지’ 등이다. 그리고 외국의 공원을 조성한 곳은 서울의 ‘중국공원과 일본공원, 독일공원’ 과 경남 남해의 ‘독일촌’ 등과 같은 양국이 수교의 기념으로 각각 해당국가에 그 나라의 전통양식의 공간이 꾸며져 있다.

역사적 인물을 딴 거리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쪽으로 이어지는 뒷길들에 ‘임정1길, 임정2길, …임정9길’이라는 이름이 있다. 이는 효창공원에 상하이 임시정부 요인, 의사와 열사들을 모신 묘역이 자리 잡은 것과 관련이 있다. 요즘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그 지역의 고유한 지명을 붙여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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