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불법주차하고 삼성이 단속
삼성이 불법주차하고 삼성이 단속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07.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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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LCD 탕정단지 기반시설 17년째 관리
차량에 강력스티커 부착… 주민과 말다툼도

시 "산단 미준공… 인수 못 받아 권한 없다"

5일 오후 1시 아산 탕정면 명암3리 왕복 4차로 옆 인도 위. 주차 차량 수십 대의 앞·뒤 유리창에 '노란딱지'가 붙여져 있다. 한적한 시골거리서 벌어진 진광경에 지나치는 차량 운전자마다 눈이 쏠린다.

"이런 시골에서 웬 불법주차 단속이 저렇게 심할까?", "불법주차치곤 인도 한쪽에 잘 세운 편인데 안됐군.", "운전석 앞 유리창에 저렇게 강력접착제로 붙였으니 곤혹 좀 치르겠네." 인근 음식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어떤 이가 놀란 듯 말했다. "그런데 단속한 곳이 아산시나 아산경찰서가 아니네."

이곳은 삼성LCD 탕정산업단지 내로 1995년 착공 이후 17년간 모든 기반시설을 삼성 측이 관리하고 있다. 불법주차 스티커를 붙인 곳도 삼성 측 경비용역업체로 추정된다. 주차 차량은 대부분 삼성이나 협력사 직원, 또는 공장 증설공사장 직원들이 몰고 온 것이다. '삼성'이 불법 주차하고 '삼성'이 단속한 격이다. 간혹 등산로 입구에 세운 일반 주민 차량에도 스티커를 붙여 실랑이가 벌어진다고 인근 음식점 주인이 귀띔했다.

스티커는 행정기관이 발부하는 양식과 같다. 발행기관만 없고 발행번호·위반일시(日時)와 '귀하 차량이 주차 위반을 하여 스티커를 발부하였다.'는 내용, 문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차량 앞유리 스티커를 안간힘을 써 떼던 김모씨(32)가 항의하려 전화를 걸었으나 팩스로 연결돼 통화가 되지 않았다.

아산시 교통지도팀 관계자는 "이곳은 산업단지 내 도로로 아직 도로 및 시설을 삼성 측으로부터 인수받지 않아 아산시가 단속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시 신도시지원과에선 "산업단지가 아직 준공되지 않아 이곳 도로 및 교통·상하수도 등 일체 기반시설을 삼성 측이 관리하게 돼 있다"며 "그에 따라 시에선 이곳 관리 예산도 책정되지 않아 나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하루라도 빨리 기반시설 관리권을 넘기고 싶다는 입장이다. 한 삼성 관계자는 "혹한기 제설작업 등 도로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따라 시에서 기반시설을 먼저 인수하도록 타진하고 있으나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시설 인수는 단지 전체 준공이 난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1단계(1995년 착공)의 경우 삼성이 사업부지를 확대하면서 준공이 늦어져, 2단계(2004년 착공)와 함께 내년 말 준공(충남도)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탕정산업단지 총면적은 460만(139만평)로 트라팰리스(삼성사원아파트)·탕정면사무소 부지 등 지원시설 부지만 아산시가 인수받은 상태다.

한편 삼성은 주차난 해결을 위해 2000여 대 규모의 주차전용 건물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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