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른다는 것은
문화가 흐른다는 것은
  •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 승인 2011.07.0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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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우리는 21세기를 문화시대라고 말한다. 문화에 경제 개념이 도입되면서 문화산업시대라고도 한다. 시대적 코드 때문인지 전국 지자체에선 문화도시를 자처하며 특화된 문화콘텐츠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데는 공이 필요하다. 인적, 물적 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 무언가라는 것이 추상적일지는 몰라도, 단순히 돈이나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문화가 아니라 확장된 개념의 문화인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는 오래도록 누적된 시간과 생활, 그리고 습관이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로 흐르듯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나 피어나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 밤, 청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는 이채로운 장면이 목격됐다. 섹소폰 연주와 에어로빅, 롤러브레이드 질주가 한꺼번에 연출돼 새로운 구경거리와 함께 웃음을 선사했다.

실황은 아마추어동아리 회원들의 '거리아티스트' 연주무대부터 시작되었다. 어슴프레 해가 기울자 무심천 시멘트 날바닥은 연주무대로 변했다. 무대라곤 하나 대형 플래카드와 마이크 시설 몇 개, 반주가능한 컴퓨터가 고작이었다. 열악하다면 열악한 무대에서 여성 오카리나 회원들의 노란 옷차림처럼 경쾌한 노래가 흘렀고, 단소와 민요, 섹소폰 등 다채로운 연주가 이어졌다.

아마추어들 무대다 보니 연주 중간에 '다시 할게요' 하는 애교 섞인 출연자의 말도 들리고, 긴장한 나머지 소위 '삑사리'를 선사했지만 그야말로 청량제 무대였다. 연주자들의 순수한 모습에 시민들은 박수로 환호하며 공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한창 공연이 무르익어갈 즈음, 무대 왼편에선 100여명쯤 되는 시민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는 에어로빅 무대가 열렸다. 그런가 하면 오른편에선 롤러브래이드 회원으로 보이는 20여명 남자 회원들의 근사한 질주가 어둠을 가르며 시작됐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태의 세 무대가 동시다발로 펼쳐진 것이다.

그런데도 묘한 것은 보면 볼수록 낯선 듯한 무대들이 잘 조화를 이루며 흘러가더란 것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기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도 그렇고, 조금은 지루하다 싶을 땐 일사불란하게 곡선을 돌아가는 롤러브레이드 회원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오히려 공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 요상한 광경은 서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무심천이란 개방된 공간이 지닌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생경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장을 펼친 것이다. 더우기 에어로빅을 끝낸 시민들이 객석에 합류하며 진행된 공연은 짧지만 풍성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컴컴한 무심천을 빠져나오면서 21세기 현대인의 문화욕구는 이런 것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아무때나, 누구나, 부담없이, 보고 즐기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우리 생활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말이다. 격조 있는 공연은 공연대로, 생활문화는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고 가다듬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은.

'거리아티스트' 공연은 청주시가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 발표의 장을 열어주고, 시민들에겐 문화공연을 제공하는 이중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365일 문화공연이 열리는 청주시의 문화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제 출발선에 있지만 생활 속 문화로 잘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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