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이어가는 상담
일주일째 이어가는 상담
  • 홍도화 <예일미용고등학교장>
  • 승인 2011.07.0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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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화 원장의 미용칼럼
홍도화 <예일미용고등학교장>

날이 밝으려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새벽 미명 시간, 모든 분진을 정화시키는 일을 마친 듯 차분해 보이는 공기를 가르며 안타까운 마음을 고하는 기도를 드리러 교회로 향한다.

이 세상은 다양하고 복잡해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성경에는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라는 기록이 있다. 그 말씀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꼭 이뤄야 하는 소원이 생길 때면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을 만든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피부는 하얗고 키가 자그마한 여학생이 힘들어서 학교를 못 다니겠으니 자퇴를 승인해 달라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중학교 때 성적을 살펴보면 공부에 전혀 취미가 없는 아이인지라 양, 가, 양, 가를 면하지 못해 실업계고등학교로 진학해 3월부터 5월 초순까지 약 2개월 정도를 등교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우리 학교에 재입학을 하게 됐다.

면접당시에는 잘 다니겠다는 각오가 굳건해 보이므로 합격을 시켰는데 두 달 정도 등교하더니 못 다니겠다고 일주일째 고집을 부리고 있다. 담임선생님도 좋고 학교도 좋은데 학교 다니기가 싫어서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겠다는 것이다. 고집이 있어 보이는 그 아이는 할 마음만 같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데 공부가 싫은 그 아이가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겠다고 한다. 공부를 즐기는 아이 같으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보겠지만 그 아이 학교생활을 살펴보면 하기 싫은 공부를 검정고시로 하겠다는 말은 믿음이 가지를 않는다.

그 아이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는데 아이가 고집을 부리니까 꼴찌를 해도 좋으니까 졸업만 하라고 설득하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아라."라고 했단다. 공부를 하지 않는 아이가 검정고시를 하겠다는 구실로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을 보내달라니까 얼마나 어이없어 그런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막대한 경비를 들여가며 교복까지 구입해 입고, 교과와 실기 수업시간에 사용할 재료 다 구입했는데 겨우 두 달을 다니고 그만 두겠다고 하니 들썩한 속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부모의 아픔에 조금은 동조동감하기에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져 본다.

자기가 낳은 유전자가 같은 자식인데 왜 그렇게 마음이 통하지 않는 돌연변이 노릇을 하는지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 시기가 본인 스스로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봐야 알게 된다는 것이 아타까울 뿐이다.

우리 속담에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는 말이 있다. 먼저 미련을 떨고 난 다음에 슬기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잘못 생각하는 일인 줄 알지 못해 일을 그르치고 난 다음에 그러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를 한다는 말이다.

손금 보이듯 그 아이의 생활이 뻔히 보이니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하는 상담은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다.

말썽 부리지 않고 곱게 자란 자식보다 힘들게 속 썩이며 자라는 자식 잘되라고 때리고 꾸짖어 키우니 그 자식이 자라서 그 공을 감사히 여기며 효도한다는 말을 믿으며 호되게 야단을 쳐서 울렸다가 다시 따듯하게 달래주는 일을 이어가며 타는 속을 기도로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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