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98>
궁보무사 <9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0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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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근장의 최후

아니나 다를까. 사내는 얼굴이 완전 사색으로 되어진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야! 너 이거 맛 좀 볼래.”“으윽, 싫사옵니다.

싫사옵니다.

”사내는 창리가 죽지유를 그의 코앞에 들이대자 기겁을 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괜찮은 거야 임마! 자! 아가리 딱 벌려.”두릉이 사내에게 바짝 다가가며 겁주듯이 눈을 더욱 무섭게 부라렸다.

“아, 아이고! 저는 못 하옵니다! 그 더러운 것을 어찌 제 입 안에 넣겠사옵니까.”사내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아마도 그는 이 기름 안에 무슨 맹독(猛毒) 같은 게 풀어있는 줄로 아는 모양이었다.

“임마! 조금 전에 네놈의 길쭉한 가죽몽둥이가 들어갔다 나온 건데 뭐가 더러워.”“아이고! 나리!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전, 처자식이 있는 몸이옵니다요. 아이고!”사내는 또다시 머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조아려대며 두 손 모아 싹싹 빌어댔다.

“이놈! 네가 정말로 이걸 못 마시겠다는 거냐. 응? 네 놈 멱을 따줄까?”두릉이 크게 화를 내며 날이 시퍼런 칼을 또다시 쑥 뽑아들었다.

“으흑흑흑…….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진대 뭐가 두렵겠사옵니까.”사내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며 정말로 죽음을 각오했는지 자기 목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허어! 이거 참!”장수 두릉과 창리는 이렇게 사내가 죽기로 작정하고 나서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기분으로는 이 사내의 입을 억지로 벌려서 조금 쏟아붓고 싶었지만 그러나 그렇게 했다간 전혀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때 창리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가에 실웃음을 살살 흘리더니 자기 허리에 늘 차고 다니던 비수 한 개를 쑥 뽑아가지고 사내의 코앞에다 바짝 들이대며 이렇게 말했다.

“후후후…. 보아하니 네 놈은 바람난 계집들을 골라 찾아다니며 찢어진 아래 살틈새를 치료해 준답시고 풀칠을 해서 땜질을 하는 게 취미인 것 같구나! 내 너의 취미생활을 도와주고자 이제부터 네놈의 번데기 같은 걸 적당히 손봐주겠다.

”“으, 으악! 아, 아이고! 나리! 나리! 왜 이러십니까?”사내는 자기 귀중한 그곳에 창리의 시퍼런 칼날이 섬뜩 와 닿자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가만 있거라. 내가 이곳 끄트머리를 풀칠하기 좋도록 나불나불거리게 해줄터이니….”“아이고! 나리! 먹, 먹겠습니다요. 원하시는 대로 제가 먹고 마시겠다고요.”조금 전 자기 목에 칼이 와 닿아도 꿈쩍 않던 사내가 자기 그곳만큼은 무척이나 소중했던지 이렇게 통사정을 했다.

곧이어 두릉은 죽지유 가죽주머니를 건네주었고 ,사내는 그것을 받아들자마자 입구 주둥이에 입을 갖다대고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두어 모금 쭈욱 들이마셨다.

“으으윽….”원치 않는 것을 두어 모금 들이키고 난 사내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창리와 두릉은 재빨리 사내의 아래 그것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사내의 번데기 같은 그것은 추위를 타듯 바짝 옴츠러져 있을 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보이자 두사람은 몹시 실망을 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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