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 포럼
이순희 <보은군노인장애인복지관장>장마가 또다시 북상한다는 일기예보에 비상이다. 열심히 일해도 자연이 도와줘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 농사이며 우리네 일상이다. 올여름 부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공중화장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녀에 관한 내용이 방송에 보도되면서 보건복지부는 5월 23일부터 6월15일까지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일제조사를 실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발굴된 건수는 총 2만3,669명(1만2,135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4,005건(33%)에 대하여 긴급복지, 기초생활수급, 민간후원 등의 지원을 완료하였고 5,088건(42%)은 조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향후 발굴 및 지원체계를 행복e음(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통한 집중관리가 가능하도록 상시화하고 지역 내 발굴체계(종교단체, 자율방범대, 통리반장, 상담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조직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하였다.
금번 조사를 통해 정부지원을 받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국민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발생하여 시·군·구청은 민원인들로 북새통이다. 올해 78세인 김ㅇㅇ 어르신은 슬하에 아들 둘, 딸 한 명을 두었으나 모두 사망하고, 현재는 아들 한 명만 살아 있지만 10년째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혼자 지내고 있다.
정부의 노령연금 9만원과 복지관에서 지원하는 약간의 결연후원금으로 힘겹게 생활하고 몸도 아파서 국민기초수급자가 되고자 신청하였으나 부양의무자인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되었다.
박ㅇㅇ 아동은 모자가정으로 고혈압으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신질환인 어머니의 뒷수발을 드느라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은 관심만 가지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국민기초수급자 기준의 부양의무자 규정은 현실적으로 폐지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이 있다.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있어도 경제난 등으로 사업에 실패하여 빚더미에 올라 있거나, 신용불량자로 생활이 어렵게 되었거나, 심하면 노숙인이 되어 실질적으로 부모를 부양하지 못하고 있고 관계 자체가 단절되었지만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이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가장 많이 놓인 사람들이 바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노인이며 그 다음이 장애인이다. 노인의 경우 부양의무자가 있어서, 장애인의 경우 경제활동 참여기회 부족으로 소득이 없거나, 의료비 등 추가비용 발생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일 확률이 매우 높은 계층이다.
우리사회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발굴과 지원은 오래전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 일제조사의 취지는 매우 긍정적인데 더 중요한 것은 발굴된 사람들에 대한 지속적인 사례관리이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사례관리를 기본업무로 하고 있다.
사례관리는 '생태체계적 관점을 기반으로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개인 및 가족의 기능을 향상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환경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을 스스로 획득하고 사회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적인 접근 방법'이다.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복지욕구는 날로 증대되고 복지예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체감도는 낮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공공전달체계나 민간전달체계가 서로 네트워크를 통해서 연동되었을 때 효과적인 사례관리가 될 것이며, 복지사각지대의 발생이 줄어들고 주민들의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관리를 위해 각 시·군·구에는 서비스연계 팀이 설치되어 있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하여 복지대상자에 대한 통합 사례관리를 내실화하였을 때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금번의 일제조사를 통해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통합사례관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맞춤형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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