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오름과 반증
용오름과 반증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1.06.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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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예부터 동양에서 용(龍)은 봉황, 기린, 거북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불려온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특히 물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물속에서 살며 때론 하늘에 오르고, 비, 바람, 번개, 구름 등을 일으킨다고 전해진다.

얼마 전 용오름 현상이 울릉도 해상에서 나타났다. 2001년 8월에 이어 다시 나타난 현상이다. 용오름은 거대한 적란운(積亂雲·상승하는 저기압성 뭉게구름)이 발생해 지표면이나 해수면까지 기둥이나 깔때기 모양의 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구름 아래에 강한 소용돌이가 생기는 현상을 일컫는다.

마치 용이 승천(昇天)하는 모습 같아서 용오름이라 불린다. 미국에서는 육지에서 발생하는 것을 토네이도(tornado) 또는 랜드스파우트(landspout), 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은 워터스파우트(waterspout)로 구분한다.

용이 붙은 말 중에 자주 혼동해 쓰는 표현이 있다. 바로 '용트림'과 '용틀임'인데 발음이 똑같아 표기에 혼동이 생긴다. '용트림'은 '거드름을 피우느라 일부러 크게 힘들여 하는 트림'을 말하고, '용틀임'은 '전각(殿閣) 등에 용의 모양을 그리거나 새긴 장식' 또는 '이리저리 비틀거나 꼬면서 움직이는 모양'을 의미한다.

"비짓국 먹고 용트림한다."

"발끝을 딛고 용틀임을 하며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과 하늘의 구름 등이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형상화됐다."

'용틀임'은 남사당 놀이의 연희자(演戱者)들이 하는 땅재주 동작을 뜻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문장 다듬는 훈련을 받지 않고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다시 맞춤법을 배운다. 이런 현상은 모두 학교 커리큘럼이 단순한 타성에 의해 짜여 있다는 반증이다."(노구치 유키오의 『학습법』에서)

여기서 '반증(反證)'은 잘못 쓰였다. 방증(傍證)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방증'은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진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supporting evidence)를 의미한다.

반면에 '반증'은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disprove). 또는 그런 증거(counterevidence)'라는 뜻이다.

①새로운 일을 입증하는 경험적 자료보다는 그것을 반증하는 경험적 자료가 있어 늘 하는 일이 수월하다. ②범인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그것을 반증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었다. ①과 ②의 '반증'은 바르게 쓰였다. ①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②에서는 자신이 혐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반증'과 '방증'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선 '반증' 은 '부정적[반대되는]증거'를, '방증' 은 '간접적[뒷받침하는] 증거'를 대입해 보면 된다.

"누군가 의심을 받을 경우 합리적인 자료로 반증하라. 그럴 수 없다면 정확한 방증자료를 넉넉하게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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