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헌신·희생 '가슴에 묻다'
참전용사 헌신·희생 '가슴에 묻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1.06.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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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천안서 美 6·25전사자 '롤콜' 행사
유가족과 서신 교환… 초청 사업도 추진

천안에선 6·25가 되면 시민들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천안을 사수하다 전쟁 발발 2주일 만에 산화한 미군 병사 129명이다. 이역만리 낯선 땅 천안에서 피를 뿌리며 젊음을 마감한 이들이다. 그 가운데 부하들과 장렬히 전사한 미군 24사단 34연대장 로버트 R. 마틴 대령이 있다.

24일 오전 10시30분 그들이 전사한 곳 가까이서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천안삼거리초등학교 학생들이 도화지에 크게 쓴 이름을 들고 전사자를 부르는 '롤콜(Roll Call)' 행사를 처음 갖는다.

이 학교 바로 옆엔 마틴 대령을 추모하는 마틴공원이 있고 추모비문에는 대령을 포함한 전사자 129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롤콜은 미국서 추모일에 전사자 이름을 이어서(Roll) 부르는(Call) 행사로 지난 현충일에 대전현충원에서 처음 시행했다.

행사를 주관한 김성열 천안시역사문화연구실장은 "자식과 남편을 천안에서 잃은 미 장병들 가족의 아픔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 영웅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며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 천안이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30년 전부터 미군 전사자들 추모사업을 펴 왔다. 1981년 한국반공연맹(현 한국자유총연맹) 천안군지부장 시절 오산의 스미스부대(6·25 첫 전투 미군부대) 참전비를 보고 천안추모사업을 결심했다. 천안전투가 벌어졌던 7월 8일 가졌던 전몰미군추모기도회는 이제는 주한 미군도 참석하는 추모식으로 발전했다. 2001년엔 천안삼거리 부근에 처음 조성한 '마틴 공원'을 2008년 좀 더 넓은 현재의 장소에 옮기고 대형 추모비도 세웠다.

6·25 60돌을 맞은 지난해엔 마틴 대령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다. 그들에게 천안의 마틴 추모 사업을 전하는 편지와 함께 전사 추정 장소의 흙 한 줌을 함께 보냈다. 딸 제인 마틴 아서(83)로부터 감격스러운 편지가 왔다."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영웅이었다고 믿는다. 천안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데 감동했다"며 천안시민들이 부친 추모사업을 펴는 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그 후 마틴 대령의 며느리, 친손녀, 외손녀 등 여러 명이 편지를 보내왔다. 손녀 메리 마틴 오도넬(50)은 김 실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천안시민들이 나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있음을 일깨워 줬다"며 자신의 아들(15)에게 "외증조할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싸운 용감한 영웅이었음을 알려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2006년 동남구 구성동 충절오거리에서 도리티고개(선문대 천안캠퍼스)까지 약 2km구간을 '마틴의 거리'로 지정했다. 김 실장은 천안박물관 앞에 표지석을 세우고 천안의 학생들이 마틴 가족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천안전투기념사업회(041-521-3073)에선 마틴 가족 천안 초청 사업을 위한 성금을 모으고 있다. 고 마틴 대령 가족으론 딸·며느리와 손자·손녀 8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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