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폭락… 배추의 눈물
가격폭락… 배추의 눈물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1.06.19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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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 "차라리 갈아엎자" 출하 포기
계약재배 식품업체 시세의 2배로 구입

가격의 등락이 어지럽기 그지없는 배추가격으로 인해 농민은 농민대로, 계약재배에 나섰던 김치 생산 식품업체는 또 그들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보은지역 농민을 비롯해 김치제조업체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배춧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씨앗값도 건지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자 상당수의 산지 농민들이 아예 수확을 포기한 채 배추를 공짜로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농민들은 특히 무료로 배추를 나눠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확기에 다다른 배추를 뽑지 않은 상태에서 아예 밭을 통째로 갈아 엎는 고육지책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올 초 보은지역 김치제조업체로부터 1평(3.3㎡)에 1000원의 선급금을 받고 배추농사를 지은 보은군 보은읍 박모씨(58)는 최근 1만여㎡의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박씨가 애지중지 키운 배추는 제대로 수확한 뒤 이 김치제조업체에 kg당 190원씩 납품하기로 계약재배된 상태다.

그러나 봄부터 폭락을 거듭하던 배춧값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급기야 고추나 옥수수 등 다른 작물로 대체할 수 있는 기간마저 쫓기게 되자 배추 수확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자식처럼 돌보며 키워 온 배추를 생매장하다시피 갈아엎는 농민들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지난해 배추 파동이후 또다시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치제조업체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박씨와 계약재배를 했던 보은지역 김치제조업체는 박씨 등 수확을 포기한 배추밭의 선급금은 고스란히 날려버릴 처지에 몰리고 있다.

그나마 수확해서 계약재배에 따라 업체에 납품되는 배추마저도 날린 시세보다 2배 가까운 비싼 kg당 190원씩에 구매를 해야 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울며 겨자먹기의 신세가 되고 있다.

지난해 배추파동 당시에는 배추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던 김치제조업체들은 올해는 넘쳐나는 싼값의 배추를 어떻게 저장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농민들은 또 배춧값이 금값이던 시절, 그 호재만을 뒤쫓다가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는 배춧값으로 인해 배추마저 생매장해야 하는 한숨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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