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와 승패, 그리고 대단원
성패와 승패, 그리고 대단원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1.06.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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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우수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승패를 가리는 경기를 갖는다.

여기서의 '성패'와 '승패'에 대하여 종종 혼동을 겪는다.

성패와 승패를 구분하는 것은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성패(成敗)'는 '성공과 실패(되고 안 됨)'이고, '승패(勝敗)'는 '승리와 패배(이기고 짐)'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이 두 언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예문이다. '지난 선거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이번 월드컵의 성패는 과연 어느 나라일까'라는 말을 가만히 살펴보자.

언뜻 보기엔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앞의 문장은 '승패'가 아니라 '성패'로 고쳐 사용해야 옳은 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살림을 잘 성공할지에 대한 말이기 때문이다.

뒤의 말은 이기고 짐을 가르는 경기이기 때문에 승패라는 말이 맞다.

'지난 선거에서 적은 숫자로 승패한 사람이 몇 사람이 될까', '독일 월드컵에서 뛰어난 기량과 전술을 가진 나라가 성패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에서 앞의 문장은 틀린 문장이고, 뒤의 문장도 틀린 문장이다.

성패는 성공과 실패의 잘되고 안 된다는 뜻이고, 뒤의 문장은 이기고 지는 것의 맞대결의 승패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65억 인구의 스포츠 제전이 뛰어난 기량과 잘 조련된 전술을 가진 팀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승리의 '대단원(大團圓)'을 내렸다.

전 세계인은 모두 한마음이 되어 마침내 아쉬움과 환희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지구촌 한가족임을 확인하게 하는 경기였다. 월드컵 기간 내내 우리는 자신감이 넘치고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꼈다는 게 월드컵이 남긴 자산이었다.

연극이나 소설 등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대단원이라고 한다.

이 말은 '어떤 일의 맨 마지막'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것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제10회 전국 축구대회가 전국 각 시·도의 대표가 참가한 가운데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한국예총대회가 대전연정국악원에서 열렸는데 '잘 사는' 중구청장의 개회 선언으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위 예문에서는 큰 행사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단원이라는 말은 '끝'을 뜻하는 것이다.

'막이 내리다'와는 어울리지만 시작을 뜻하는 '막이 오르다'와 함께 쓰면 안 된다.

월드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꿈나무를 키워 기량과 전술, 다양한 경기의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난 월드컵을 거울삼아 잘 준비하면 앞으로의 월드컵에서 우리는 멋진 대단원을 맞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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