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거센 역공을 받는다
자칫 거센 역공을 받는다
  • 문종극 <편집국장>
  • 승인 2011.06.0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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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문종극 <편집국장>

서로 대립하는 세력 사이에서 항복·우호 관계를 보증받기 위해 담보로 잡아두는 것이 볼모다. 유질(留質)·인질(人質)·질자(質子)라고도 하는데 볼모는 서로 불신하는 데서 출발한다. 볼모는 늘 최후를 염두에 둔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이 볼모 마음이다. 볼모를 잡았을 때는 볼모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적당한 퇴로를 줘야 한다. 볼모를 외통수로 몰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쥐를 쫓으면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쥐도 고양이 한테 덤비는 격이다.

충북문화재단과 관련한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공격이 그 격이다. 대표이사를 퇴진시켰으면 이제는 숨통을 터 줘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숨도 못 쉬게 몰아붙이고 있다. 이사들 문제까지 걸고 넘어지면 단언컨대 반격을 당한다. 문화재단 이사진들은 분명한 세력을 갖추고 있다. 문화예술계를 장르별로 대표하는 이들은 예총·민예총·무소속·교원 등 골고루 조직이 분포돼 있다. 이들 조직이 적절한 방법으로 역공에 나선다면 속수무책일 것이다. 너무 외골로 몰면 반격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런 징후는 이미 농후하다. 대표이사에 이어 이사진까지 재구성하라고 한나라당이 공격하자 이사들이 튀기 시작했다. 대표이사를 사퇴시켰으면 됐지 이사들까지 정치권이 흔든다면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사진들의 결기에서 의지가 확인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출직 이사들은 사퇴의사가 없다면서 도지사가 임명했는데 하자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누구 맘대로 사퇴를 종용하느냐며 격앙돼 있다.

어떤 이사는 피곤하다고도 말한다. 태클을 깊게 거는 정치권이 우습다는 것이다.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얘기다. 또 문화예술인들을 정치논리에 따라 좌지우지하려는 정치권이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한다. 차라리 태클을 거는 정치인들이 문화예술까지 하라며 극도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다. 그러면서 특정정당은 "지들 일이나 잘하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정치에 관심도 없는 이사들을 정치적 볼모로 삼는 것에 화가 치민다고도 했다.

이쯤되면 분명히 한나라당이 더 몰아치면 쫓기던 쥐가 고양이를 물듯 반격을 당할 것은 뻔하다. 충북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숫자와 그들의 입김 등을 감안하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번 문화재단 문제가 문화예술인들로서는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들의 결집력은 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 폭발력은 대단할 것이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악만 남았다. 더 이상 특정정당으로부터 밀릴 수 없다는 것인데 이들은 대표 사퇴에 대한 아픔이 큰 만큼 그 이상의 결집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역공을 받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혹여 한나라당이 순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문화재단을 볼모로 삼았다면 신중해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일반 도민들도 정치적 볼모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논리다. 지나치면 역공을 받는다. 문화재단 문제는 이제 봉합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계속 태클에 나선다면 역공은 필연적일 것이다. 도내 문화예술인들은 10여년 숙원인 문화재단을 이번에 출범시키려 했다. 그들의 숙원이 특정정당으로 인해 깨졌다고 하면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그 여진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으로 간다. 문화예술인들은 상처를 받고도 이제 그만 안정화에 주력하자고 호소한다. 자신들은 아무 힘이 없다며 지역사회가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그런 이들을 출구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틈을 주지 않고 몰면 결과는 뻔하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숙원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거센 역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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