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해지는 생명경제
절실해지는 생명경제
  • 홍성학 <충북생명평화결사 대표·주성대 교수>
  • 승인 2011.05.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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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홍성학 <충북생명평화결사 대표·주성대 교수>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H.Maslow)가 제시한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내부에는 다섯 가지 욕구가 단계적으로 존재한다.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가 그것이다. 우리 옛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리적 욕구를 먼저 충족시킨 후에 다음 단계 욕구로 옮겨가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욕구 단계설을 지금의 경제 성장과 연계시켜 보았을 때 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과연 경제가 성장함으로써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 단계를 지나 점차 자아실현 욕구 단계로 가고 있고, 또한 실현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회의적이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좀 더 인간다워지고 자연을 더 가꾸면서 물질과 정신, 그리고 영혼이 균형·조화되어가는 경제, 즉 생명경제로 나아가는 것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경제 성장은 말이 성장이지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1800년 산업화 초기 8000억 달러였던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현재 61조 달러로 80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2090년에는 350조 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GDP가 매년 오르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고 하지만 우리들의 삶은 더 여유가 없음을 느낀다. 물질적 풍요로움은 단순히 물질이 늘어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남으로써 얻어지는 것인데, 지금의 경제 체계는 지속적으로 물질적 팽창과 물질적 속박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2.5달러 이하로 하루를 살고 있다. 물질적인 욕구와 가난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경제 성장은 허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경제 성장의 지표로 사용되는 GDP에는 성장이 유발하는 생태적·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아 경제활동이 늘어나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어 있다.

이미 매년 30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오염된 공기로 희생되었고, 물 소비량은 인구가 네 배 증가한 20세기 동안 열 배나 늘어났다. 땅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식량은 점차 부족해지고, 자연자원의 고갈은 심각하다.

예를 들어 복사용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어딘가의 숲에서 나무 2~3톤이 베어진다. 나무를 자를 전기톱과 벌목 기계, 목재를 운반할 트럭과 기차 등을 만들 금속, 여기에 쓰이는 석유, 펄프를 만들 물이 필요하다. 결국 종이 1톤을 만들려면 각종 다른 자원 98톤이 들어가게 된다. 미국 뉴욕시의 쓰레기 40%가 종이인데, 그만큼 자연 공기 정화장치이자 생태의 보고인 숲을 줄이고 자원을 고갈시킨 것이다.

이제 생명경제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경제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 죽임의 경제는 이미 경제가 아니다. 생명을 위해서는 물질도 필요하지만 정신과 영혼과의 균형이 충족되어야 한다. 물질은 정신과 영혼을 파괴시키지 않는 정도이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고 번 만큼 소비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박한 삶, 그리고 나눔의 삶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고 자연을 가꾸는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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