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부부되는 지적장애인
부부의 날 부부되는 지적장애인
  • 정봉길 기자
  • 승인 2011.05.19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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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세하의 집 민경구·이영란씨
문화재보호재단 전통혼례 진행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평일 낮에 혼례를 치러야 하는 사람도 있다."

제천 세하의집(이하 금장학교)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은 부부의 날인 21일 세하의 집에서 전통혼례를 진행한다.

결혼식에는 세하의 집 원생 50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한다.

이날 혼례를 올리는 주인공은 민경구씨(36)와 이영란씨(31·여).

예비신랑 민씨는 지적장애 1급으로 23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생활보호 대상자인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넉넉잖은 형편에 도저히 경구씨를 키울 수 없었던 그의 아버지는 직접 세하의 집에 입소시켰다.

민씨는 현재 제천의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예비신부인 이씨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이다.

그녀는 1988년 5월 27일 제천시 서울병원 앞에서 기아로 발견돼 이 시설에 입소하게 됐다.

발생 당시 손목과 발목에는 족쇄에 채워진 흔적을 갖고 있었으며, 많은 폭행에 시달려 온 듯 사람을 무서워했다.

이름을 물어보면 이영란이라고만 말한다. 그 외에는 엄마, 아빠 등 가족이야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 치과에 의뢰, 나이를 추정해 호적을 취득했다.

이 두 사람은 세하의 집 '그룹 홈'을 통해 사랑을 키워 왔다.

영란씨는 다리가 불편한 경구씨를 위해 옆에서 손을 잡아준다.

경구씨가 직장에서 돌아오면, 어김없이 맛있는 음식은 그의 식탁에만 올려진다.

특히, 영란씨는 경구씨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경구씨의 완쾌를 빌며 매일 저녁 기도를 한다.

그때마다 그녀는 경구 오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구 오빠랑 결혼할 것이라고 늘 말하곤 했다.

금장 학교에 따르면 "장애인시설에서 실제 전통혼례가 진행되는 것은 전국적으로 처음이다."라며 "특히 이번 혼례는 제천지역 장애인들에게 최초로 전통혼례를 시연하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행사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의 체험 프로그램인 '2011 찾아가는 문화유산'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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