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하는 결혼식 풍경(2)
하루종일 하는 결혼식 풍경(2)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1.05.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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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낯설지만 매력 가득한 곳, 베트남(51)

베트남에서의 결혼식 비용은 남자가 거의 전부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신부에게 줄 반짝이 다이아 반지, 엄청 무거운 금목걸이. 무지 촌스러운 귀고리부터 시작해서 피로연 준비. 손님 접대까지 모두가 남자의 부담이랍니다.

신랑 엄마는 모든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랑 아버지는 만만한 나랑 술 마시고 훈수하면 끝이고, 아들은 툭하면 부리는 심술이 늘었습니다. 다이아는 큰 걸로 해 달라. 금목걸이는 쇠사슬 같은 것으로 해 달라, 식장은 어디 호텔로 해 달라….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보기에도 아들네미의 요구는 과도해 보였는데 자기의 의견이 접수가 안 되면 아들네미는 거실에서 거지처럼 쭈그려 자면서 시위를 하고, 그러면 다음날 아줌마가 깊은 주름살과 한숨을 쉬며 수락하고, 그렇게 모든 절차는 아들네미의 의견대로 준비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결혼 며칠 전부터는 청첩장을 돌리는 준비를 합니다. 우리네처럼 청첩장을 삐라처럼 살포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꼭 올 사람만, 초대할 사람만 하더군요. 그런데 초대하는 사람의 숫자가 600명이나 됩니다. 그 청첩장을 일일이 접어서 봉투에 넣고 주소와 이름을 써서 - 편지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직접 찾아다니며 전달합니다.

그것만 해도 몇날 며칠이 걸립니다. 그리고 잡아 놓은 식장 테이블에 손님들 명단을 쓰고 어디에 앉으라고 하는 것까지 지시를 합니다. 베트남은 초대를 받으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꼭 와야 할 사람만 초대를 하니까요.

며느리를 데리고 보석상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패물을 장만합니다. 체면을 중시여기는 동네라서 있는 형편보다 더 많은 패물을 해 줍니다. 자기 패물 준비를 하는 것이니까 예비 며느리는 풀방구리 드나들듯 시댁에 자주 옵니다.

신식 예비 며느리는 식탁에 앉아 노닥거리고, 아줌마는 일하고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거실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젊은 주인집 아가씨와 가정부 아줌마의 사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미니 스커트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은 예비 며느리의 흐벅진 허벅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젖가슴의 골은 잔뜩 패여 볼만합니다. 호시탐탐 쳐다보는 예비 시아버지 눈이 가자미가 됩니다. 이 결혼식을 위해 아저씨는 열흘의 휴가를 냈고 아줌마는 오일간의 휴가를 냈습니다.

기둥뿌리가 점점 기울고 있습니다. 결혼식 전날입니다. 집은 이제 거의 전투상태입니다. 미국에 살던 친척들이 오고, 차려진 제단은 화사하고 아저씨는 24시간 술에 취해 있고, 지친 아줌마는 볼에 뾰두라지까지 났고, 보고 있는 나는 즐겁고 흥미롭습니다.

아저씨가 술 한잔 하자네요. 하노이표 보드카에 돼지 순대 비스므리한 것, 아줌마는 하이네켄 열 캔이 정량입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줌마의 주정이 하염없습니다.
"윤씨~ 나는 말이야, 메누리가 맘에 안 들어."
"왜요?"
"그냥 그래, 그리고 서럽네."
"다 그러고 사는 거지요."
"아니여. 저눔이 이제 나는 쳐다두 안 봐, 지 여자 친구만 챙기고- 개눔이여. 자식 키워봤자 다 헛거여." ~ 홍알홍알.

아줌마는 맥주 대여섯 캔에 볼이 발그레해지면서 취해 갑니다.
~헷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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