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졸고 밤엔 알바 '학업 뒷전'
낮엔 졸고 밤엔 알바 '학업 뒷전'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4.10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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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미달·학점관리 소홀 … 제적도 속출
11%는 학위취득 실패 불법체류자 전락

재정 부실대학 마구잡이 입학도 도마위

청주의 한 대학 경영학 개론 수업이 있는 강의실. 이 수업엔 한국 학생은 20명인 반면, 중국 유학생은 85명. 수강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지만 수업은 한국인 교수가 한국어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인 전용 유학생 반인지 중국으로 유학온 한국 학생을 위한 전용 반인지 헷갈릴 정도다.

학령감소에 따라 대학들이 학생 충원에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외국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 유학생 중 80~90%가 중국인 유학생으로 채워지면서 일부 대학들은 아예 중국으로 유학생 유치 출장을 정기적으로 떠나기도 한다.

재정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사립대일수록 유학생 의존비율이 높다.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한 대학일수록 학생관리나 어학교육과정의 체계적 운영이 어렵다 보니 유학생들의 유학 목적이 돈벌이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학업은 뒷전, 돈벌이만 혈안

중국인 유학생 쩡 모씨(22)는 학과 수업이 끝나면 청주 산남동 한 카페로 향한다. 한국 유학생활 3년째인 그는 바쁜 학사 일정에도 힘든 일을 하는 것은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한국에 유학온 첫해는 한국어 및 학과 공부에만 매달렸지만 유학 생활이 길어지면서 그는 집에서 보내주는 돈만으로는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는 학과 수업이 끝난 뒤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주변 사람의 소개로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는 "밤 늦게까지 일을 할 때는 다음날 수업에 지장이 있어 성적이 걱정된다"며 "그래도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돈을 벌 수 있어 여건이 허락되면 오랫동안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국내 외국인 유학생(2010.4.1 기준)'은 8만3842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 유학생이 전체 유학생의 68.9%인 5만7783명으로 조사됐다. 법무부 청주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충북 도내 12개 대학에 총 2926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유학생의 49%인 1430명이 현재 청주대학교에 재학중이다. 충북대학교엔 전체 유학생의 23%인 687명이 재학 중이다. 세명대학교엔 유학생의 11%인 330명이 재학 중이다.

일정 수준의 고교성적이나 인가 교육기관의 고교졸업장 등이 없는 경우 중국 유학생들은 유학알선업체를 통해 700~800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한국행을 선택한다. 높은 수수료에도 유학을 선택하는 주된 원인은 1년 만 한국에서 돈벌이를 하면 수수료를 제외하고 생활비 충당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청주출입국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유럽과 일본, 한국의 유학생 모집 광고를 봤더니 한국의 경우 '취업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고, 별도의 돈이 안 들어도 공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유학생활의 목적이 학업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대학들이 아르바이트를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학생의 11% 불법체류자

중국 유학생 가운데 일부는 학위를 따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국내에 남게 되는 경우도 많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받고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조선족 포함)은 6만3216명. 이들 중 7435명(11.8%)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법무부 청주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외국인 유학생 중 불법취업으로 적발된 사례는 20여 건, 성적위조 및 고교졸업장 위조로 적발된 경우도 30여 건에 이른다.

일부대학은 출석률이 80% 이하이거나 학점관리 소홀로 학사경고 3번을 받으면 제적시키고 있다.

하지만 제적당한 유학생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보다 다른 대학으로 옮겨 한국생활을 유지한다. 충북대의 경우 지난해 3명의 중국유학생이 제적됐지만 3명 모두 수도권 대학으로 옮겨갔다. 청주대도 지난 학기 20여명의 학생이 학사경고를 받았다.

충북대 국제교류원 배득렬 원장은 "유학생을 수익창출 목적으로 보고 양적 팽창에만 중점을 두기보다 학생관리나 어학연수과정을 제대로 운용해 취득한 학위의 가치를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유학생을 떨이식으로 방치해 돌려보낸다면 한국 대학에 대한 인식저하로 이어져 유학 기피 대상국으로 낙인찍혀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학생 관리에 정부·대학 뒷전유학생 관리규정 구축 절실

기숙사 무료, 한 학기 등록금 100만원. 한국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유학생 등록금이 재학생 등록금의 절반인 사립대학도 있다. 하지만 국내학생 등록금과 동일한 금액을 적용한 국립대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비싸 일부 유학생들은 어학연수만 마치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기 일쑤다. 도내 국립대인 A 대학 인문계열 유학생 등록금은 185만원, 국내 학생과 동일하다. 사립대인 B대학은 국내학생의 절반 등록금인 200~250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학교별로 파격적인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 등이 대학재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제살깎아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1000여명이 재학 중인 청주대학교 한 관계자는 "학생 수에 비해 관리 직원은 적어 일일이 취업을 한 학생을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배득렬 교수는 "유학생 정원에 대한 제한은 아직까지는 없어 대학들이 원하는 만큼 유치할 수 있어 유학생을 돈줄로 보는 대학들의 마구잡이식 유치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교과부가 제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과 등록금 기준 마련 및 유학생 관리규정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유학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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