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마을
시가있는 마을
  • 김지하 기자
  • 승인 2006.05.29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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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

작은 꽃 속에

큰 하늘이 피어 있어

법(法)이라 한다

네 작은 담론 안에

우주가 요동하는 것

사랑이다

깊은

죽음

시집 ‘유목과 은둔’(실천문학) 중에서

<감상노트>

< P>하나 안에 끝없이 많은 것이 어울려 있음이여, 삶이여. 수많은 일 알고 보면 한 길에 모여 사는 것 아닌가. 할미꽃 안에 담긴 하늘의 빛깔과 바람의 춤을 받아들이고, 땅에 담긴 불과 물의 솟음과 움직임을 그 안에서 찾으면, 꽃 하나가 우주임을 알리라. 그것을 흐름(法)이라 한다.

그 사이에 눈, 코, 입, 귀 있어 몸속에 피는 마음이 화엄의 처음과 끝이다.

그리하여 그대 안에 나 있고, 내 안에 그대 있으니 사랑이다.

생각해 보면 깊은 침묵이다.

그 안에서 생명이 태어난다.

늘 그러하듯이 깊은 죽음을 이룬 후에 목숨이 이어진다.

한뉘 곧게 사는 모든 목숨이 화엄의 밥이다.

그러하니 그걸 고맙게 먹음으로 이룬 내 몸을 섬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후에 또 다시 깊은 죽음으로 생겨나는 밥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선재(善財)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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