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되돌아 보자
지구를 되돌아 보자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1.03.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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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만든 우주달력이란 게 있다. 우주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일년이란 시간 안에 날짜별로 표기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나이를 일년으로 축소시켜 그동안의 사건들을 12장의 달력으로 표기했다.


이에 따르면 1월 1일 대폭발로 우주가 탄생한 지 9개월 만인 9월 9일 태양계가 형성됐고 그로부터 5일 뒤인 9월 14일 지구가 탄생했다. 공룡은 12월 24일 등장해 28일 멸종했으며 유인원의 전신인 원숭이는 마지막날인 12월 31일(즉, 오늘) 오전 10시 15분에,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은 오후 1시 30분에 등장했다.

최초의 인간은 지금(12월 31일 자정)으로부터 1시간 30분 전인 밤 10시 30분에 출현해 11시부터 도구를 썼으며 46분쯤엔 불을 다루기 시작했다. 인류의 문명이라고 일컫는 '기록의 역사'는 바로 조금 전인 10초 사이에 이뤄졌다.

10초 사이, 그 짧디짧은 시간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고 각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전쟁을 하고 자동차와 비행기를 만들고 컴퓨터를 개발했다. 불과 1초 전엔 우주를 향해 우주선도 쏘아 올렸다.

마지막 10초 사이에 인류 역사가 이뤄졌다는 것은 그만큼 인류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학문이 구학문이 되고 신기술이 낡은 기술 취급을 받는다. 새로운 제품은 나오자마자 중고품이 되고 하루 아침에 유행이 변한다.

지구 탄생 이후 가장 큰 사건은 인간의 출현이었다. 우주달력으로 보면 비록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인간은 지구에 대해 수많은 일들을 저질렀다. 지구 차원에서 보면 최대의 강적을 만난 셈이다. 인간은 문명에 눈을 뜨면서 지구에 거대한 삽자루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육중한 바위와 돌들을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 거대한 건축물을 짓고 땅을 파서 운하를 만들고 물길을 바꿨다. 석탄과 석유, 각종 광물질을 파내려고 곳곳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며 산자락을 허물고 뚫어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구축했다. 커다란 강마다 댐을 건설해 물길을 막고 바다를 메워 땅을 넓혔다.

지하수를 마구 퍼내 땅을 꺼지게 하고 곳곳에 도시를 만들어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빌딩숲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굴을 뚫어 지하철을 달리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하 핵실험까지 벌인다.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행위들, 결국 인간은 지구를 스트레스 받게 해 온 원인제공자이다.

1996년 캐나다 경제학자 마티스 웨커네이걸과 윌리엄 리스는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 지수란 용어를 만들었다. 생태발자국이란 인간이 지구상에 살며 자연에 남긴 영향을 말한다. 이들의 논리에 의하면 현재 66억 인구의 생태발자국 지수는 극에 달해 지구가 1.5개 더 있어야 인간도 지구생태계도 지속 가능하단다.

문제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구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화산활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번에 일본열도를 뒤흔든 대지진과 지진해일도 그러한 이상징후의 한 단면이다. 한반도의 백두산에서도 최근 이상징후가 잇따라 포착돼 화산폭발이 임박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지구를 되돌아 봐야 한다. 지구의 안녕이 전제돼야만 인간의 안녕도 지속될 수 있다. 지구의 안녕을 해치는 강적으로서가 아니라 지구의 안녕을 지키고 운명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인간적 양심을 되찾아야 한다. 땅의 울부짖음, 땅의 몸부림이 곧 지진과 화산이요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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