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지상에 숟가락 하나!
  • 김우영 <작가·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1.03.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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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한국문인협회>

내가 좋아하는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소설가 현기영님이 쓴 장편소설이다.

여기에서 '숟가락은 곧 밥이지요. 밥은 곧 삶이고요' 라고 인용하고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의 끈끈한 삶과 함께하고 있다. 모양새가 숟가락은 긴 손잡이 둥근주걱 형태요, 젓가락은 가늘고 길게 평행선을 이룬 물건이다.

그런데 왜 똑같이 우리에게 중요한 물품인데 숟가락은 받침에 'ㄷ'을 사용하고 젓가락은 받침에 'ㅅ' 을 쓸까? 모양새나 용도, 발음까지 비슷한 이 물건들이 왜 받침을 달리 사용하는지 궁굼할 것이다.

'숟가락'은 '밥 한 술'의 '술(밥 따위의 음식물을 숟가락으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에 '가락'이 붙은 말. '술'의 'ㄹ'이 가락과 붙으면서 'ㄷ'으로 변했다. (한글 맞춤법 제29항 참조) [술+-ㅅ+가락] →숟가락의 형태이다. 이런 예로는 '이틀→이튿날' '사흘→사흗날' '삼질→삼짇날' '풀→푿소' '설→섣달' 등이 있다. 반면 '젓가락'은 한자로 '저(箸. 젓가락을 줄여 쓴 말)로 쓰기도 한다.

이 말에 '가락'이 붙으면서 말을 연결할 때 사이시옷[저+-ㅅ+가락]이 들어갔다. 빗자루, 찻잔 등과 같은 경우이다.

얼마 전 어느 한글연구자를 만나 식사하는데 웃으며 말한다.

"김 작가님, 숟가락은 움푹 파인 모습이 'ㄷ'처럼 보이니 받침을 'ㄷ'으로 쓰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거나 벌릴 때 모양이 'ㅅ'처럼 보여 'ㅅ'을 사용한답니다!"

"오, 그래요. . . !"

사람이 죽으면 숟가락을 놓았다고 한다. 그만큼 숟가락은 우리의 중요한 생명이자 삶 자체이며 전부이다.

합리적인 한글문자에 비하면 로마자의 구성원리는 원시적이다.

모양만으로는 자음자와 모음자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단추마다 섞인 순서대로 글자를 배분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로마자를 사용하는 서양권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뜻글자를 사용하는 한자문화권 중국에서는 어려움이 더욱 많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 우리나라 휴대폰을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다. 그뿐이 아닌 베트남, 태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도 한류열풍을 타고 휴대폰 수출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 한글까지 끼워 함께 수출하면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난 1800년경 세계적 해양강국인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베트남어를 로마자로 표기해 사용했다. 그러자 베트남 전체가 로마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로마자가 베트남 고유어보다 더 편리하고 사용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많은 선교사들과 민간구호단체 등이 세계 곳곳으로 파견되어 그 나라에 살면서 주민들에게 선교활동과 주민봉사를 하고 있다. 예전 못사는 우리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 있는 민간외교사절을 적극 활용 우리의 한글을 세계만방에 가르쳐 수출을 해 나가자. 그리하면 아마도 우리 한글의 수출강국은 가능할 것이다.

철학자 '미첼'의 말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예의 정상은 미끄러운 곳이다." 쉽지 않겠지만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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