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한글교실 돈 없어 문 닫을 판
주민 한글교실 돈 없어 문 닫을 판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3.16 0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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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석교초, 지자체 지원사업 탈락… 경비 부족 운영 어려움
청주 석교초등학교가 배우지 못해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르는 문맹 지역 주민을 위해 개설한 한글교실이 지자체의 지원사업 선정에 탈락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글학교에는 지난해까지 50~60대 주민 15명이 수업을 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청주시평생학습관이 공모한 학교 공동협력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서 한글학교 개설을 할 수 없게 됐다.

석교초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학교공동협력사업으로 선정돼 청주지역 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한글교실을 운영해 왔다.

강사료 및 교재비 등 매년 소요경비 400만원은,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으로 진행돼 왔다. 올해는 교과부 지원이 끊기면서 지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청주시평생학습관이 공모한 학교 공동협력사업에 한글교실을 포함 4개의 사업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충북전산기계고=직장인을 위한 컴퓨터 실무교육 증안초=방과후 지도사 양성사업 복대중=전통공예입문자격프로그램 등 3개 사업이 선정됐다.

선정된 사업은 지난해보다 100만원 삭감된 각 3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석교초 한글교실 사업이 올해 학교공동협력사업에서 탈락하면서 그동안 한글교실을 다녔던 수강생들의 한글 교육이 중단될 처지에 놓이게 되면서 학교 측은 오는 5월 교과부 공모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약 교과부 사업에서조차 탈락하면 또다른 자구책을 찾아야 할 판이다.

이런 사정으로 그동안 한글교실 강의를 진행해 왔던 강사는 시간당 2만원이 책정된 강사료 대신 5월까지 무료로 강의를 맡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한글은 자음, 모음을 안다고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지속성이 요구된다"며 "한글교실에는 주변 주민은 물론 원거리에서도 올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 사업으로 학교가 주관이 돼 특색 사업으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학부모에게 주민센터 프로그램 이용을 권유했더니 한글을 모르는데 어떻게 다니냐는 말을 했다"며 "여유있는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보다는 국민 기초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주시평생학습관 관계자는 "학교에서 운영했던 한글교실의 경우 시가 복지관 등으로 이관해 추진하고 있는 '찾아가는 문외교실' 사업과 중복돼 효율적 운용을 위해 흡수할 계획"이라며 "강사료도 찾아가는 문외교실의 경우 자원봉사 차원으로 시간당 1만원이지만 학교공동사업 강사료는 시간당 2만원으로 차이가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었고, 시가 사업을 흡수하면 주관 및 예산집행기관이 단위 학교에서 복지관으로 바뀔 뿐 한글교실 운영에는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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