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는 다짐
새 학기를 맞는 다짐
  • 조종현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
  • 승인 2011.02.2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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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조종현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

학교에서 2월은 아쉬움과 서운함, 그리고 새로운 출발의 설렘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한 해 동안 뒤엉켜 지내던 녀석들을 한 학년 위로 진급시키거나, 또는 졸업을 시키면서 때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때론 속 시원하면서 콧등이 아리기도 한다.

남들이야, 교사가 아닌 사람들이야 교사들 살림살이야 늘 '철밥통'이고 평안할 것이라 하지만, 이는 사실과 매우 다른 오해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붙잡아 놓고 '우리네는 요렇게 조렇게 삽니다'라고 이야기하고 하소연 할 짬도 없는 것이 우리네 형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것은 말 그대로 활극 그 자체이다.

지분거리는 말썽 등으로 소란을 일으키는 녀석들은 다반사이고, 가정사정이 급속히 나빠져서 공부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일거에 사라지는 아이들, 자신의 성장 단계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혼란으로 방황하는 아이들,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놓쳐버리고 허우적거리는 녀석 등등.

그래서 아침에 출근해서 아이들 하교시킨 후 휑한 교실을 뒤로 하고 주섬주섬 퇴근하려고 보면 '아, 내가 오늘 무얼 했나'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별로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녀석들과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일 년을 보내면 정말 가족이 된다. 식구가 된다.

3월에 만났던 녀석들이 몰라 보게 훌쩍 커져버려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못내 더 잘해 주지 못한 지난날만 떠오르는 것은 교사들 특유의 찌질한 인간미일까

일제고사, 부진아 학습, 강제 보충, 강제 야간 자율학습 등 정말이지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른들의 나쁜 욕심이 만들어 놓은 못된 장치들만 빼놓는다면, 학교는 참으로 '힘들지만 보람 찬 삶의 현장'이다.

해마다 2월이 되면, 3월을 맞이하기 전에 새로운 반성과 다짐들을 한다.

새 학기에는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재미나게 아이들과 사랑하면서 지내야지! 하는 다짐 말이다. 그래도 또 3월이 되고, 새 학기가 되면 며칠 전 다짐도 새까맣게 잊은 채로, 예의 그 '윽박지르는 내면'의 내가 다시 아이들과 마주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기대와 준비로 설레야 할 2월의 학교는 그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교원 인사 정책 중 하나인 초빙교사제의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교사보다는 교장, 교감과의 우애를 가진 약삭빠른 교사들이 만면에 미소를 띄면서 비릿함을 흘리는 시절이 우리네 학교 모습이다. 기실 교육청 등 상급 기관도 이와 같은 것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가재는 게 편이라 서로서로 '법과 원칙'을 잘 지켰노라고, 참으로 공평한 인사였노라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로를 추어준다.

그리고 또 2월의 학교는 복마전이다.

학교 안의 교무업무를 새로운 선생님들과 새 학기의 교육계획에 맞추어 조정하기 때문이다. 꼴불견인 것은 '차등 성과급', '근무평정', '교원 평가' 등을 앞장서서 옹호하고 '열정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2월이 되면 '가급적 아이들과 접촉면을 최소화'하려는 곳으로 자신의 자리를 옮기려 몸부림을 친다.

아이러니하면서도 궁금한 것은, 그런 사람들은 학교 관리자들과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었는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좋은 점수'를 얻고 더 높은 곳으로 승진이나 영전들을 하신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으시고, 시스템은 계속 반복된다.

학교 형편이 이러하니, 나어린 교사들이 2월 한 달을 힘차게 전투를 치르면 1년이 편해진다는 교직계의 정설을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줄도 없고, 백도 없고, 더군다나 학교 관리자와의 우정 쌓기 경력(?)도 없으면 1년을 가장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숙제만 갖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보상도 격려도 없이 말이다.

이처럼 교사 집단의 공정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2월이 수십년 반복되었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희망이다. 줄 타기와 손바닥 비비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교사의 길'을 가는 참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년말 진급, 졸업, 정기인사로 인한 석별로 마음이 허허롭다. 학년 말 인사이동과 업무 분장 등으로 눈앞이 어지럽다.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성과에 급급한 교육청과 교과부의 '나쁜 정책'들로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힘 내야 한다.

왜! 새 학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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