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5.31 지방선거 무엇이 문제인가
[충청논단] 5.31 지방선거 무엇이 문제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2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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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논설위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뽑는 선거일(5월31일)이 이제 8일 남았다.

전국 방방곡곡에는 선거 이벤트로 사람 사는 맛이 솟아난다.

평소 찾아오는 이 없는 시골마을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리고, 그 위에 정장차림의 얼굴이 박혀 오가는 시골 농투성이들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다 본다.

가끔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악수를 청한다.

언제부터 이들이 부르튼 손으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정겨운 이웃이 되었는가. 1표 달라고 읊조리는 이들이 그래서 밉기보다는 안됐기도 하고. 5·31 지방선거의 문제점은 무엇일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의 상징은 직접민주정치의 한 요소인 선거를 통하여 지도자를 선출한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실시하는 투표는 다수결의 의사를 확인하는 의미도 있지만,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후보자들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하여 공부하고 경력을 쌓은 준비된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기보다는 정당의 공천을 무기로 등장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후보자들의 집단적 무리는 먹고살기 빠듯한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선거에 대한 회의와 냉소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5·31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역의 선거다.

그러나 여야의 중앙당 개입으로 지역 선거는 정당간의 선거로 바뀌었으며, 지역의 공약보다는 ‘부패한 지방정부 심판’ 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졌다.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문제가 쟁점화 되고, 공약화 되어야 할 선거판이 당리당략에 의한 저질스런 정치판의 대리전이 되었다.

지방의 의사가 완전히 무시되고 중앙당에 의해 급조되고 획일화된 지역할거주의가 고착화되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선거 테러로 나타난 것이다.

그 피해자가 박근혜 대표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들의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이 백색 테러로 나타난 것이다.

신나고 흥겹게 진행되어야 할 선거판이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공황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우선 선거참여가 지역주민의 자유스러운 선택과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진데,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심리전이다.

입후보자들간의 박빙의 게임이 진행되어 선거판을 지역 축제의 장으로 지역 갈등 해소의 장으로, 미래의 비전을 보는 희망의 장으로 펼쳐져야 할 5·31 선거는 초반부터 결과가 고착화되는 아주 기형적인 상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특정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여당에 대한 대중적 환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름만 나와도 무조건 싫다는 ‘돌부처 심리’가 심리적 공황상태를 만들고 말았다.

월드컵에 쏠린 열기만큼이나 6000억원이 넘는 우리들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우리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일에 지극정성을 쏟아보자. 지역할거주의에 입각하여 입후보한 무능한 후보자들을 골라내고 진정으로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헌신할 사람을 골라서 투표한다면 선거후 나타날 오만과 편견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을 위해서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이것만이 거꾸로 가는 지방자치를 바로 잡아 올바르게 뿌리를 내리게 할 수 있는 우리의 선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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