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8>
궁보무사 <8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2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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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를 지닌 여자는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보통 여자들과 조금 달리 생겼네"

6.오근장의 최후

“으음음…….”여자의 얼굴을 살펴 보고난 창리는 가마 안에 들이밀었던 머리를 천천히 밖으로 다시 원위치 시키고는 뭔가 맘에 안드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댔다.

“아니, 왜 그러는가?”장수 두릉은 별안간 달라지는 창리의 얼굴 표정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

“자네 저 여자 쪽을 보았는가?”“봤지.”“다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나.”창리의 말에 두릉은 가마 안으로 얼굴을 살짝 들이밀었다가 다시 꺼내며 말했다.

“왜 그러는가? 예쁘기만 한데.”“이상하지 않나? 명기를 지녔다는 여자치고는 너무 예쁜 것이…”“아니 그게 왜 이상한가.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그런 훌륭한 기술을 가진 여자가 얼굴까지 예쁘면 더욱더 바람직스러운 게 아닌가?”“아니야! 그게 아니야! 자네도 알다시피 이 세상에 팔방미인이 어디 있는가? 자고로 명기를 지닌 여자는 그곳 구조가 유별나게 생겼기에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보통 여자들과 조금 달리 생겼다고 하더구만. 즉, 보통 여자들보다 미모가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얘기이지. 그런데 이 여자는 특출난 미모를 지니고 있으니…….”“어허!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얼굴이 잘 생긴 여자들은 무조건 머리가 나쁘고 성질 또한 더러워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재색(才色)을 겸비했다는 말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가. 명기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두루뭉숭이처럼 생겨야만 한다는 법 있는가.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말도 있듯이 저 여자는 특별한 예외일 수도 있지 않겠나.”장수 두릉은 창리의 의견에 노골적으로 강한 부정을 나타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릉은 자기 바짓가랑이에 불이 날 정도로 허겁지겁 쫓아가서 옥성(玉城)으로 막 데려가려는 여자를 간신히 빼앗아가지고 왔는데 지금 창리가 자신의 그 공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듯한 행동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쉽게 간단히 생각해서 될 일이 아니라네. 우리 한번 솔직히 그리고 냉정하게 따져서 생각해 보세. 명기에다가 저렇게 얼굴까지 곱상한 여자가 대체 뭐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이곳 팔결성에까지 찾아오겠는가. 저런 정도 쯤 되는 예쁜 명기 여자라면 구태여 여기 한벌성 근처에까지 찾아올 필요가 없을 것이요, 설사 이곳까지 찾아오더라도 도중에 온갖 유혹 등등에 넘어가서 진작 팔려버렸을 것이 아니겠는가?”창리가 여전히 강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가며 말했다.

“허허……. 이 사람 참,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럼 우리가 성주님께 이 여자를 갖다바치지 말자는 얘기인가?”두릉이 약간 성이 난 목소리로 물었다.

“허허허……. 그거야 말이 안되지. 그러나 내 말인즉슨, 이 여자에 대한 조사를 좀 더 냉정하게 해보고 난 다음에 성주님께 바치던가 하자는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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