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마을
시가 있는 마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2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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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사랑노래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도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규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문학과지성사) 중에서

 

<감상노트>

“스님, 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습니다.
” “그럼 그 마음의 무게를 보여주게나.” “보여줄 수 없습니다.
” “그러면 가지고 살게나.” 참으로 알기 어려운 말씀이다.
마음 없이 살면 스님의 말씀밥을 먹을 수 있을까. 마음이란, 나에게 있는 모든 것을 열어 세상을 볼 때, 어둡고 외로운 것이다.
가끔은 강물이 물방울을 데리고 살다가 시간의 흔적을 내려놓고 가듯이 부드럽게 흘러야 한다.
그래서 살몸의 문을 닫고 얼몸의 안을 들여다보며 마음 없이 살다가 가는 빔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삶이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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