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재앙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재앙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1.01.18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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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교육문화부장

매서운 시어머니 같던 칼바람이 1월 한복판을 강타했다. 쩍쩍 발밑에 들어붙는 아스팔트, 얼어서 꼼짝 않는 자동차, 기능을 잃은 수도 등 일주일 동안 이어진 동장군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꽁꽁 얼게 했다.

하지만 100년 만의 추위니 하며 수은주를 재는 순간에도 기승을 멈추지 않은 것이 있다. 구제역에 조류인플루엔자, 신종인플루엔자까지 각종 감염의 주범들이다. 꽁꽁 얼어붙었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강추위를 타고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청주를 빠져나가면서부터 시작되는 방역 작업은 청주 인근 축산농가를 지나면서는 그 심각성을 더해줬다. 방문 전날 구제역 발생이 신고된 진천은 초비상사태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요원들은 영하 20도를 육박하는 날씨에도 약품방사기가 얼지 않게 하기 위해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바닥에 석회가루를 뿌려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충북의 4대강 사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진천 백곡저수지 주변에는 발빠르게 방제 작업과 일반인의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빙어 낚시터로 변해 있는 저수지였지만, 예전보다 빙어낚시꾼의 수는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진천 장례식장 주변에는 인력을 배치해 출입을 체크하고 있었고, 정송강사를 통과하는 길에는 추위에 언 방역제를 녹이며 차량살포로 대처하고 있었다.

주말인 데다 강추위로 인해 차량도 끊겨 썰렁했지만, 진입로나 갈래길, 동네 길목마다에는 쉼없이 방역기가 돌아갔다.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며 삭막한 풍경 속에 구제역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오창이나 오송 지역은 방역이나 통제가 진천보다는 덜했지만 마을 곳곳이 적막감이 감돌았다. 우사가 있는 축산농가는 물론이고 마을에서 사람 모습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황량한 바람만 지금의 농가 현실을 말해주는 듯했다.

지난 주말, 진천 일대와 오창, 오송 지역을 둘러보며 든 생각은 재앙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가는 구제역은 이미 매체의 보도로 익숙해졌음에도 현장은 더 긴박하고 우울했다.

과학의 혁명 속에 의료 혁명을 자처하던 현대의학도 알면 알수록 불안하다. 최첨단을 부르짖던 인류문명도 재앙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항생제 대란을 몰고오며 거푸 닥쳐오는 재앙의 원인을 우리는 무엇으로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혼란스럽다.

서울대 우희종 교수는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사회문화적 요소에서 비롯됨을 지적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우 교수는 생태계의 불균형과 인간중심의 사육 환경이 생산 위주의 품질 개량으로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며 바이러스에 약해져 질병이 창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인간과 동물의 구분없이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나타난 질병 중 인간과 동물에게 같은 전염병이 나타난 것만도 75%라고 하니,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이번 재앙은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로 보는 이도 많다. 그만큼 인류의 삶 속에는 잠재된 재앙의 불씨가 많음을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인류가 삶의 방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재앙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말한다.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개선 여지가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재앙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할 때임을 '지금'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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