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을까… 자식도 오지마라"
"자식 잃을까… 자식도 오지마라"
  • 고영진 기자
  • 승인 2011.01.06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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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축산농 명절 가족 방문도 사절
마을엔 방역단 뿐… 이웃 왕래도 '뚝'

"2007년 브루셀라로 50여 마리의 소를 살처분한 경험이 있어 구제역 발생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친정으로 전화하니 올 생각은 꿈에라도 하지 말랍니다."

괴산군 연풍면이 친정인 황은희씨(37·여)의 말이다.

황씨는 지난 4일 괴산군 방축리의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황씨는 "부모님이 구제역이 확산될 것 같으니 명절 때도 일절 찾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며 "구제역 때문에 외부인은 물론 마을사람들의 왕래도 뚝 끊겼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축산농가 밀집지역인 청원군 북이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구제역 미발생 지역인 청원군 북이면 장양리에서 100여 마리의 육우를 사육하고 있는 박태순씨(53)는 지난 2000년 3월부터 지역 축산농가들과 농민회로 구성된 '북이면 자율방역단'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방역단 운영 이후 북이면에서 단 한 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

박 단장을 포함한 70여명의 방역단은 현재 군이 운영하는 방역초소 1개소 외에 2개의 자율 방역초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낮에는 차량방역을, 밤에는 초소운영을 위주로 교대근무하고 있다.

박 단장 등은 "구제역이 사람의 이동으로 감염이 확산됐다고 들었다"며 "방역업무보다도 사람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이들은 현재 지역 돼지농장 7가구와 상의해 이들을 아예 농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이웃주민들과의 왕래도 통제하고 있다.

박 단장은 "낮 최고기온이 28도, 최저기온도 20도 이상 돼 구제역이 끝나는 6월 중순까지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들이나 친지의 방문을 막을 계획"이라며 "구제역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 내려와 방역 등을 돕겠다는 친동생의 계획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서운하겠지만 구제역으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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