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목욕의 비방
청주 목욕의 비방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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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
김우영 <소설가>

프로야구 시즌에 들어서면 야구팬들은 손에 땀을 쥐며 시원하게 그라운드에 터지는 백구의 묘기에 열광한다.

전국의 수많은 야구팬들에게 10년 체증이 풀리는 듯한 시원함과 활력소를 제공하는 주인공은 당연히 야구장을 누비는 각 구단의 선수들이다.

그들은 당당한 스타로서 웬만한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다. 그러나 겉으론 화려해 보이는 선수들도 계속되는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여름철 무더위를 앞두고 이들은 구단별로 비방의 체력관리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 8개 구단 가운데에서도 맥주로 대표적인 00맥주의 소속팀은 2년 연속 성적부진을 씻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중 하나의 비방은 '청주 목욕법'이다.

청주 목욕법'은 지난 1960년대 일본에서 처음 실시된 것으로 일본의 프로야구계에서는 이 비방이 습관화된 체력관리법이다. 특별히 과학적으로 효능이 밝혀진 바는 없지만 과도한 운동과 스트레스로 뭉쳐진 선수들의 근육을 풀어주고 피로회복에는 아주 좋다는 게 체험자들의 얘기이다.

00구단의 관계자가 말해주는 '청주 목욕법'은 다음과 같다. 계열사로부터 제공받은 청주 1백80병을 목욕탕 욕조에 전부 붓는다. 처음 시도해 보는 이색적인 방법인지라 선수들은 우선 호기심이 발동한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선수들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00의 과거에는 고참 투수로 '짱꼴라'라는 별명을 가진 'J'가 시범케이스로 뽑혀 동료들의 부러움에 찬 눈길 속에 청주 목욕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목욕 후 전체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한다. 이런 청주 목욕 후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술 목욕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가 만발했다. 우선은 술 목욕의 효과는 어느 정도냐? 특히 술을 좋아하는 선수들은 목욕 후 그 아까운 1백80병의 청주 처리는 어떻게 했겠느냐였다. 게임 직후 목욕했던 술을 마신다는 부류와 가까운 팬들에게 열의의 답례로 제공하겠다는 측으로 나뉘었다. 글쎄, 아무리 술을 좋아한다 해도 수십 명이 몸을 담갔던 술을…? 아무래도 찝찝하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아라비아에서도 샴페인으로 목욕을 한 적이 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의 아라비아에서는 주지육림의 파티가 연일 벌어졌다. 오전 3시경 목욕탕에 술 1백여 병을 쏟아 넣고 술과 춤에 지친 무희를 밀어 넣고는 그 술을 남자들이 마시곤 하는 환락과 타락의 아라비안 나이트였던 것이다.

전자에서 기술한 술 목욕은 진일보를 위한 스포츠 문화이지만 후자의 술 목욕은 타락된 아라비안나이트의 부도덕성을 여실이 드러내는 경우이다.

술은 우리 인간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관계없이 우리 인간사와 함께 영욕을 함께해 왔다.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술 목욕일진대, 이를 취하는 경우에 따라 다른 것이다. 존 헤이가 말한 것처럼 술은 비와 같은 것이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더 더럽게 하고 옥토에 내리면 그곳에 꽃을 피게 한다고 했으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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