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 <4>
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 <4>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12.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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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벗은 국내 지자체들 - 하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동강사진박물관.

문화·예술·스포츠의 메카 잿빛 탄광촌 '화려한 변신'

강원도 성공사례

'감자바위'로 통칭됐던 산골 이미지와 폐광지역이 많았던 강원도 내륙은 지역 특성을 제대로 살린 도시마케팅에 힘입어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과 태백시는 '석탄의 고장'에서 박물관 도시, 스포츠 특구라는 새로운 명성을 얻었다. 경기도 가평과 인접한 춘천시 남이섬 역시 황무지였던 땅이 연인들과 가족단위 국내 관광객과 한류문화의 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한류문화의 메카로 변모했다.

◇ 박물관 도시 영월군

한반도 중부내륙 도시 영월군은 석탄산업에 힘입어 1960년대 이후 80년대초까지 성가를 올렸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폐광지역으로 분류됐다. 한때 16만명이 넘었던 인구가 4만명 정도의 과소촌으로 전락했다.

영월군은 95년 무렵 신활력 사업으로 '박물관 고을 영월'을 택했다. 면적의 88%가 산악지대라는 점과 동강, 서강, 탄천강, 주천강을 낀 자연환경과 폐교를 활용한 새로운 문화산업 동력이었다.

세계 최초의 화석 동굴 생태관, 사진박물관, 민화박물관, 곤충박물관 등 현재 20개의 박물관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술샘박물관 등 10개 정도를 더 조성해 5년 후에는 30개의 박물관군을 형성할 계획이다.

단순히 입장료만 받자는 게 아니라 주민참여와 농가소득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박물관 창조도시'를 만드는 게 영월군의 목표이다.

영월의 또 다른 명물은 주천면의 '다하누촌'이라는 한우 영농법인이다. 연간 매출액이 300억원이 넘는 영농법인은 주천면에만 한우 구이 식당 60곳을 확보하고 있다.

박물관 관람객이 입장권 영수증을 식당에 제시하면 금액만큼 고기를 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대로 한우 식당 영수증을 박물관에 제시하면 금액만큼 입장권을 발행한다.

이른 바 '캐시백시스템'인데 영월 방문객들은 한우와 박물관이라는 상품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기분좋게 돈을 쓴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5년 이후 전국에 알려져 2009년 110만명이 박물관을 찾았고, 올해에는 지난 8월 100만명을 돌파했다.

사진박물관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건립됐다. 사업비는 50억원(군비 10억원)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잇따라 열리는 명소로 발돋움했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DMZ박물관 하나 짓는 데 380억원이 들었지만, 박물관 20개에 투자한 금액을 전부 합쳐야 250억원이다. 폐교리모델링과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해 초기투자비용을 대폭 줄였다"며 "넘버원보다는 '온리원'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후손들이 대대로 먹고 살 수 있는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백시가 골짜기를 메워 조성한 축구장과 고원체육관 전경.

 



◇ 스포츠 특구 태백시

해발 650~700m에 위치한 도시 태백은 여름철 평균 기온이 22.5도~22.8도라는 지형적 여건을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심폐기능이 가장 활성화될 수 있는 지대라는 점과 여름철 열대야가 한 차례도 없었던 것도 태백만이 지닌 강점이다.

태백시는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른 폐광지역 지원금 대부분을 경기장 시설 투자에 썼다.

2001년부터 10년간 1000억원의 사업비를 경기장에 투자했다. 시 외곽 황지천 인근에 조성한 고원 체육관은 250억원이 소요됐다. 체육관 윗쪽 골짜기를 도로공사에서 나온 골재로 메워 인조잔디축구장 4개와 테니스장을 계단식으로 조성했다.

2004년 스포츠산업과를 신설해 각종 대회 유치와 지역 레저시설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올해 들어 160개에 달하는 경기와 대회를 유치해 줄잡아 30만명이 다녀갔다.

12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5만으로 줄었으나 스포츠 마케팅 덕에 식당, 숙박업소 등 지역경기가 살아나 2008년부터는 감소세가 둔화됐다.

신종환 태백시 스포츠산업계장은 "시설을 무료로 내줘 방문객들이 지역경기를 부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업취지"라며 "시설을 어느 정도 갖춘 만큼 대회, 경기유치에 올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남이섬 메타세쿼이아길.

 


◇ 춘천 남이섬

드라마 '겨울연가'가 상종가를 치자 남이섬은 일본 관광객들과 국내 관광객들이 몰려 2004년 140만명이 다녀가는 등 한류문화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2001년 27만명에 불과했으나 드라마 열풍에 방문객이 몇 곱절로 늘었다.

최근엔 동남아 관광객이 많이 찾지만, 일본 관광객은 발길이 뜸해졌다. 드라마 열풍 한계를 실감한 (주)남이섬은 자연과 문화콘텐츠만이 승부처라는 점을 실감한 계기였다.

2006년 '남이나라 공화국'으로 명칭을 바꾼 강우현 대표는 관광객들에게 여권모양 형태로 만든 입장권(여권) 발급 아이디어를 내 관광객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1년 여권, 평생여권, 블루여권 등 사용기간이나 금액에 따라 여권을 발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중앙 잣나무길 옆에 2004년 개관한 유니세프홀은 앙드레김이 매년 4~5차례 방문했던 일이 이슈가 돼 관심을 끌었다. 별도로 홍보하는 방식보다 때때로 이슈를 만들어 언론의 관심을 끌자는 게 마케팅 전략이다.

소주병, 깡통, 폐목, 가구, 캔 등 분위기에 맞게 꾸며 곳곳에 설치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재활용만 전담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이다. 남이섬 문화학교로 만들어 유리, 도자기, 목공예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공예원 자체가 관광상품인 셈이다.

오솔길과 숲, 건물마다 별도의 이름을 지었다. 중앙 잣나무길은 메타길, 송파은행길, 수재원, 호텔존과 같이 푯말을 설치해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

단양군이 지역 홍보를 위해 설치한 도담삼봉도 눈길을 끈다. 실물 1/6 크기로 축소한 인공연못 속의 도담삼봉은 단양군이 비용을 지불해 설치한 것이다.

남이섬은 그러나 개발은 극도로 자제한다. 설립자 민병도 선생의 유언대로 자연을 그대로 두되, 문화접목한 개발만 허용한다.

또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는 것도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1964년 민병도 선생이 매입한 국유지가 청평댐 건설(1984년)과 함께 자연스레 섬으로 변모했고, 오늘날의 남이섬이 됐다.

 

남이섬에 설치된 드라마 '겨울연가' 주인공 배용준과 최지우 동상.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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