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의 침몰
타이타닉의 침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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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바닷바람이 출렁이는 뱃머리. 두 팔을 펼친 여주인공의 허리부분을 살포시 감싸안은 남자 주인공. 1997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다.

바다 위의 궁전으로 불리는 웅장하고 화려한 타이타닉호. 이 초호화 여객선은 1912년 부자 선객들을 태우고 처녀여행의 닻을 올린다. 대서양을 횡단해 영국에서 뉴욕을 향하던 여객선은 출항 나흘 만에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다. 이 사고로 타이타닉에 승선한 2200여명 중 1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타이타닉호의 실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침몰 100여년 만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돼 화제다. 2분 20초 분량의 영상은 1911년 아일랜드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출항을 준비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4대강 지하드(성전)로 서민예산이 침몰했다.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 예산,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예산 등이 모두 가라앉았다. 보육교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으로 박수갈채를 받은 예산도, 월 20만원의 보육료를 지급하겠다는 장담도 말잔치로 끝났다. 강부자 정권의 선봉인 한나라당이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탓이다. 지난 7일 신사다운 행동으로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예산처리 강행을 두고 언죽번죽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 포장하고 나섰다. 김성회 의원의 '훅' 한 방에 강기절해버린 강기정 의원 건도 '정의의 심판' 그 자체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정의로운 행동'이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도대체 우리 당과 기획재정부가 뭘 어떻게 한 거냐"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 혼쭐내려다 되레 면박만 당했다. '정의로운 행동'을 폄훼하려는 안상수 대표의 언행이 마뜩찮았던 윤증현 장관에게 타박만 당한 것이다.

한편, 우의좋은 형제는 침몰 와중에도 한몫 톡톡히 챙겼다. 동생은 4대강 보따리에 5조 2천억원을, 형님은 과메기 보따리를 포함해 1600억원을 채웠다. 시아주버니 예산증액에 소외감을 느낄 것으로 우려한 배려로 '제수씨' 예산 50억원도 부활했다. 사실상 백지화됐던 한식재단의 '뉴욕한식당' 설립 예산이 살아난 것이다. '한식재단'은 영부인이 명예회장으로 있고, PD수첩에게 명예훼손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바통을 이어받은 문제적 단체다. 이처럼 형제가 두둑히 챙긴 탓에 서민 예산의 침몰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3년간 34만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122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퍼주기에 불과한 사업인 셈이다.

12월 9일 롯데마트가 계(鷄)천절 열어젖힌 이후 얼리어닭터의 출항에 청와대 정진석 수석은 '영세 상인이 울상'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통곡'할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나 보다. 4대강 지하드가 계속되는 한, 부자만을 위한 한국의 타이타닉 '한나라당'과 삶의 한파로 뭉쳐진 '서민빙산'과의 충돌은 피할 길이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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