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 <3>
도시마케팅 현장을 가다 <3>
  • 한인섭 기자
  • 승인 2010.12.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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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벗은 국내 지자체들 - 상
◈ 농촌부흥 꿈 결실 귀농인의 롤모델

단양 한드미 마을

정문찬 이장 주도 유학센터 운영

체험·영어교육 등 프로그램 다채

예비캠프 매번 성황… 수익 급증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 마을은 '농촌부흥'이라는 소박한 꿈을 품은 귀농인(歸農人)들의 모델로 간주된다.

한드미 마을은 젊은이들이 떠나 폐교가 허다한 산골에서 '농촌유학'이라는 신조어를 창조한 곳이다. 농촌체험프로그램에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해 농촌공동체 회사로 성장시킨 곳이기도 하다.

농림부와 행정안전부, 산림청과 단양군의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했지만,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귀농 이장' 정문찬씨(47)의 노력은 마을 전체를 변화시켰다.

'농촌유학센터'는 마을이 살아 있다는 상징물이다. 2000년 귀농한 정씨는 젊은이들이 마을에 들어오지 않으면 결국 중단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춰놔도 10년 후면 여느 농촌마을이나 마찬가지로 '올스톱'된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여름 열린 2011년 신입생을 뽑을 예비캠프에는 130명이 몰렸다. 30명 정도를 뽑을 계획인데 대기자가 30~40명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2학년~5학년 초교생들이 1년~3년까지 숙식을 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원어민 교사들의 영어교육과 EBS 방송 교육이 기본 프로그램이다. 물고기 잡이, 곤충채집, 농사일과 같은 자연생태체험과 독서, 풍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겨울철 역시 눈썰매, 스케이트와 연날리기, 팽이 만들기 등 농촌마을에서 가능한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다. 첫해 2007년에는 12명에서 16명, 21명, 23명으로 참여했다.

농촌유학센터 참여 학부모와 어린이들은 예비캠프를 통해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유학센터 덕에 단양군 가곡초등학교 대곡분교는 한때 폐교위기에 놓였으나 학생수가 35명으로 늘었다. 22명인 본교보다 학생수가 많아져 본교와 분교 지위가 바뀔 상황이다.

정문찬 이장은 "학부모들이 농촌체험만으로는 아이들을 1년씩 맡기지 않아 영어교육과 매일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입을 통해 잘 알려져 예비캠프를 열면 매번 성황을 이룬다"고 말했다.

민박형태의 방갈로는 45가구 중 42가구가 참여해 수익을 골고루 나눈다. 마을에는 430년된 느티나무와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한 계곡도 장관이다.

기와집 체험, 찜질방, 황토방 시설을 들여 매주 한 차례 한의사가 방문해 뜸, 침 치료도 한다. 2009년 3만350명이 마을을 찾아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산림청 산촌종합개발사업, 행안부 정보화마을사업, 농림부 녹색농촌체험마을 및 마을종합개발사업 등 정부 시범사업이 잇따라 선정돼 100억원이 지원됐다.

정문찬 이장은 "물레방아, 연탄창고, 느티나무, 빨래터 등 정취가 묻어 있는 작은 소재들을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일정한 궤도에 오른 농촌마을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좀 더 규모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옛 추억 새록새록 '삼굿구이 체험' 인기

불구덩이·차돌 이용 음식 익혀…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때 첫선

한드미 마을의 대표적 이벤트는 '삼굿구이 체험'이다.

시조는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많은 군사들의 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구덩이를 파 장작을 지핀 후 차돌을 수북히 쌓은 불구덩이 옆에 또 하나의 구덩이를 파 수증기로 음식물을 찌는 방식이다.

불구덩이를 흙으로 덮은 후 지렛대로 구멍을 내 물을 부으면 순식간에 수증기가 발생하곤 한다.

삽으로 흙을 파 수증기 구멍을 막으면 음식물 구덩이와 연결된 작은 통로로 수증기가 분출되면서 음식이 익곤 한다.

한지 재료인 닥나무를 쪄 껍질을 벗겨낼 때도 사용했는데 한꺼번에 20여명이 참여할 수 있어 동네잔치 음식을 만들 때도 사용됐다고 한다.

정씨는 마을 어른들에게 들은 얘기를 재현해 더 없이 좋은 체험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200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처음 선을 보였는데 11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능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즐겼던 일이라 여기저기서 벤치마킹을 했는데 모두 자신들이 '원조'라 홍보해 속이 상하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계란, 돼지고기 등 쪄먹는 음식은 모두 소화할 수 있어 축제 이벤트로 제격이다.

음식물 구덩이 둘레를 솔잎이나 쑥으로 감싸 음식에 향이 잘 묻어나 별미를 만든다.

차돌이 뿜은 수증기가 음식을 골고루 익혀 따끈한 맛은 견줄 데가 없다.

정씨는 "어릴 때 동네청년들이 구덩이와 불을 피워 굽고, 아주머니들이 반찬을 만들어 잔치를 했던 것을 재현한 것"이라며 "체험자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이벤트"라고 소개했다.

 



◈ '전통의 맛'으로 승부

'고택체험' 안동 수애당

안주인 문정현씨 "장독대·천일염 맛 비결"

유기농 농산물로 아침 제공… 관광객 급증

 

안동 수애당(水涯堂) 안주인 문정현씨(43·여)는 고택체험의 승부처는 '전통의 맛'이라고 말한다.

문씨가 손수 만든 장독대는 전통의 맛을 빚어내는 '보물창고'이다. 안채 마당 한 켠에 왕소금과 숯, 황토를 차례로 쌓아 다진 터에 잔 자갈을 깔았다.

장이 제대로 발효되려면 재료를 담은 항아리가 땅기운과 기온, 바람, 습기를 잘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기온 차가 큰 겨울철, 여름철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해 장이 잘 발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문씨는 전라남도 신안産 천일염으로 만든 간수를 모든 장에 사용한다. 된장과 간장, 고추장 맛은 자연 풍광과 습기, 기운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장독대와 천일염이 녹아 있는 셈이다.

마을 근처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음식이 아침상에 제공된다. 지난 98년 남편 류효진씨(47)와 귀농한 문씨는 종가 대대로 만들었던 전통요리와 궁중요리, 상차림을 전수 받았다. 계절음식과 장아찌, 김치, 장류 음식의 순박한 맛을 들인 체험자들을 다시 찾게 하는 비결이다.

그녀는 다과상에 분홍빛 식혜를 내놓았다. 무를 성냥개비 굵기에 0.5cm 길이로 채 썰어 고두밥과 생강즙을 넣었다. 매운맛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춧가루를 넣는 분홍빛을 내는게 안동식혜의 특징이다. 쌀반죽에 막걸리를 넣어 찐 술떡과 함께 손님상에 제공된다.

문씨는 "전통적인 장아찌 맛을 모르는 경우가 손님들의 대부분"이라며 "신선한 재료와 잘 발효된 맛을 본 이들은 우리 음식이 이런 맛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곤 한다"고 말했다.

문갑, 손거울, 솟대 만들기 등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간간이 다도체험, 고전뮤지컬, 하회탈출 체험도 열린다.

안동시가 고택 체험에 치중하면서 2008년부터 방문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안동지역 47개 고택을 찾은 관광객은 2009년 6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류호진씨는 "3년 전부터 관광객이 크게 늘었는데 고객 취향의 변화가 빨라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공격적인 대처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애 유진걸이 1939년 신축한 수애당은 안동시 임동면 수곡동에 있었으나 임하댐 건설로 1987년 200m가량 이전됐다.

수애당 안주인 문정현씨가 장 만들기 비법과 자신이 만든 장독대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 마을 정문찬 이장이 농촌유학센터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마을주민이 삼굿구이로 익힌 옥수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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