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몸 던져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던져 바로 잡을 수 있다면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2.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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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태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보은군 내북면 궁뜰은 뒷산이 활(弓)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에 있는 궁 저수지는 상궁, 하궁, 신궁, 세촌 등 궁뜰을 위한 관개시설입니다. 낚시꾼들에게는 이곳 궁 저수지에 서식하는 붕어가 매우 힘이 좋아서 낚시 손맛이 일품이라고들 합니다.

한남금북정맥에서 발원하는 보청천의 최상류지역이어서 궁저수지 물이 맑고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평화롭던 마을에 변고가 일어났습니다. 정부가 4대강사업으로 강행하는 궁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끝내 한 주민의 음독사태로 비화되고 말았습니다.

70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상궁리 안재훈 씨는 "경작지가 줄어 농업용수가 남아도는데도 둑을 높여 저수지를 키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수지 둑을 13m나 더 높이면 농경지 44만㎡와 함께 마을이 모두 수몰되고 20~30농가 주민 50~60명은 생활 터전을 잃는다.

뿐만 아니라 냉해와 안개 피해도 극심해진다"며 둑 높이기 사업 반대 대책위원회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자치단체, 그리고 관련기관의 일방적 강행 혹은 책임떠넘기기식 태도에 절망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하고만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 도지사와 가족에게 보내는 메모를 남겼는데 "상궁 주민들이 마음 놓고 편안히 살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글과 함께 "먼저 가서 미안하다.

이 한 몸 버려 정치인들이 조금이나마 반성한다면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11월1일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충북생명평화회의 대표단이 이시종 도지사를 방문했을 때 자리를 함께한 상궁리 강한수 이장 등 마을 분들은 궁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했습니다.

특히 당초 계획은 둑 높이를 4.6m 더 높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할 경우, 마을 일부만 수몰이 되므로, 아예 마을 전체를 수몰시켜 이주토록 해달라는 민원에 따라 13m나 더 높이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480억 원짜리 거대한 댐 공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찬성 측이 "고령화 등으로 어차피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는 판국에 정부가 만족할 만한 보상가격에 땅을 사들이고 쾌적한 이주단지까지 조성해 준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버려진 땅과 가옥을 수몰시켜 보상이나 받자는 것인데, 이렇게 혈세를 마구 쏟아 부어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 지사는 그 자리에서 곧 바로 배석한 관계관에게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상궁리 주민들은 희망을 안고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턴키발주 운운하며 이미 진행된 설계비용 등 6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업체 측 주장을 들어 생각을 바꿔버렸습니다. 이미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60억!이라는 엄포에 넘어갔는지, 그렇게 핑계를 삼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충북도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대통령은 차치하고 당장 예산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자치단체의 처지를 이해합니다. 국비를 반납해야 하는 부담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아무리 엄청난 돈이 걸렸더라도 그 돈이 주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고 목숨까지 던질 정도로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다면, 더 많은 돈을 내던져서라도 불행을 막아야 옳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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