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피자가게 주인들의 눈물
동네 피자가게 주인들의 눈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0.12.07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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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 (천안)

1.  새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지름 45cm의 1만1500원짜리 이마트 피자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최근 천안과 대전에 상륙한 이마트 피자는 연일 몰려드는 손님들로 만들어내기 바쁘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달 5일 문을 연 이마트 천안점의 피자 코너는 하루 최대 생산량인 390개의 피자가 매일 오후 3시면 동난다. 고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엔 오전 11시 이전에 가야 살 수 있다. 이러니 전화 예약 주문도 받지 않는다.

최근에 문을 연 이마트 대전 둔산점도 마찬가지. 하루 생산량 260개가 매일 동난다. 더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다. 이마트는 여세를 몰아 청주점과 제천점 등에도 곧 피자 코너를 만들 계획이다.


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 역시 가격이다.

우선 크기, 양에서 다른 브랜드 피자보다 훨씬 싸다. 피자헛이나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등 3대 메이커의 동급 제품은 보통 2만 원대 후반인데 맛이나 양에서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성인 3명이 나눠 먹어도 모자랄 게 없는 양이라니.
 그래도 매장을 갖춘 브랜드 피자는 아직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앉아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매장을 갖추고, 샐러드바와 애피타이저, 파스타 등 다양한 구색과 고급화로 승부하는 전략 덕분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동네 피자집들이다. 1만원 안팎의 저가 피자를 팔고 있는 동네 피자가게들은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이마트가 "하루 몇 백 개밖에 팔지 않는데 뭔 소리냐"고 항변할지 몰라도 돈으로 치면 하루에 5000만원(이마트 천안점)이다. 하루 매상이 20~30만원은 돼야 간신히 집세 내고 인건비 따먹는 동네 피자점엔 보통 타격이 아니다.


 2. 덜 떨어진 외모, 뭔가 모자란 행동으로 우리에게 사랑받았던 캐릭터 '영구'가 헐리우드에 진출한다. 코미디언에서 영화감독 겸 제작자로 변신한 심형래가 영화 '라스트 갓파더'로 2007년 '디 워' 이후 3년 만에 미국 영화시장을 다시 노크한다.

우선 영화에 참여한 인물들의 면면이 놀랍다.

헐리우드의 연기파 하비 케이틀, 영화 킥 애스~의 마이클 리스폴리,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조슬린 도나휴 등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타들이 영구 심형래의 조연으로 출연한다.
스태프 역시 에반 올마이티를 집필한 조엘 코헨 등 화려한 진용을 자랑한다. 심형래가 디 워 이후 다시 야심 차게 추진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흥행에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심형래의 영구 캐릭터가 세계 시장에도 먹힐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들도 있지만 스토리가 재미있다.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 영구가 조직의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갱단 수업을 받으며 펼치는 활약상을 코믹하게 그렸는데 벌써 팬들이 예고편을 보고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갑자기 영구와 이마트 피자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재래시장과 동네 구멍가게에 이어 이젠 동네 피자집까지 초토화시키기 일보 직전인 이마트. 한국이 좁다며 자신에 대한 온갖 악평-심형래는 3년 전 디 워의 작품성이 도마에 올려지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을 감내하면서도 끊임없이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바보 영구.

대기업의 역할과 할 일이 뭔지 새삼 새롭게 생각해봐야하는 대목이다.

사족 하나. 지난해 245억원의 이익을 낸 이마트 천안점은 고작 이익금의 0.48%만 지역 사회에 환원해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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