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단절의 벽
눈물과 단절의 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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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

달라도 한참 달랐다. 서민도지사 이시종은 취임과 동시에 도민을 껴안았다. 우선 1939년에 지어진 도지사 관사를 개방했다. 도청 담장도 헐었다. 굼뜨긴 했지만, 환영할 일이다.

열린 서민행정을 펼치던 충북도가 최근 방향을 틀었다. 담장 철거로 관청과 도민 간의 경계를 허문 대신 주차장 유료화라는 견고한 장벽을 쌓았다. 도청 주차에 애로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담장을 철거한 '개방' 취지와 모순된다.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준 이시종 지사는 내년에 9000만원짜리 최고급 전용차를 사기로 책정했다. 역대최고가다. 9000만원이면 내년도 도청 기본주차료인 500원을 내는 차량 18만대가 주차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꼬깝게 볼 일은 아니다. 서민을 배려한 예산편성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왕에 살 관용차라면 3200cc보단 '위압감'이 덜한 3800cc 차량을 사겠다는 깊은 속뜻을 알아달란다. 국격 상승이 최우선이듯 도격을 고려한 측면도 있단다. 도지사의 '레벨'이 떨어지면 도민의 '레벨'도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사용연한 5년을 넘겼으니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쯤이야 '레벨'을 고려해 뭉개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재정자립도 25.1%로 전국 최저 수준이지만, 재정압박으로 7백억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지만, 이보단 '도격 상승'이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을 살핀 행정이다.

MRO 사업 유치를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싱가포르로 취임 후 첫 외국출장을 떠난 이시종 지사는 결과발표엔 이례적으로 경제통상국장을 내세웠다. 성과가 없었던 탓이다. 일요일도 출근해 무상급식에 합의한 것과는 영 딴판이다. 출장결과를 고대하는 도민들에겐 실망을 안겨주는 행동이다. 결과가 신통치 않더라도 단체장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는 것이 적합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교육청의 실수행정도 자치단체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무상급식 예산 30억원을 빠뜨린 것이다. 도교육청은 비책을 제시했다. '추경예산 나와라. 뚝딱!'하며 휘두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를 장만했기 때문이다. 그간 도청과의 줄다리기로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없이, 단계적 실시 협박에 계산 착오까지 저질러도 언죽번죽 추경예산 타령을 한다. 그럴 바엔 진작에 무상급식은 추경예산으로 해결하자고 합의할 것이지 왜 시간을 끌며 변죽만 울렸는지 모르겠다.

이런 뒤죽박죽 행정이니 일선 현장은 파행으로 치닫고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지난 10일. 정당후원으로 해직당한 충주지역 교사가 이임식을 하는 날. 선생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 꽃다발로 석별의 정을 나누려는 아이들은 교직원의 제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굳게 입을 닫은 채 그 광경을 쳐다보는 슬픈 눈동자의 해직교사. 그는 '참 잔인하다'며 중얼거리고, 그 자리에 함께한 21년 전 해직을 당한 교사는 '그때도 그랬어.'라며 한숨을 토해낸다.

서민을 표방하며 쌈점┠을 요구하고, 황제 차량을 타는 꿈을 꾸고, 피 말리는 예산전쟁에서 계산 착오를 했다는 얼토당토않은 행정이 일선 현장에 눈물과 단절의 벽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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