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세월이 원망스러워…" 태엽시계 준비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세월이 원망스러워…" 태엽시계 준비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3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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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고향집 담은 목공예 등 사연담은 선물 눈길
상봉 이틀째인 지난달 31일 금강산 호텔 객실에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는 이산가족들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물 보따리들이 눈에 띄었다.

북측의 작은 아버지 윤재설씨(80)를 만난 남측 윤상호씨(50)는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작은 아버지의 북측 아들 윤호씨(46)가 골뱅이를 재료로 직접 만든 꽃병과 아버지 재설씨의 옛날 남측 고향집 모습을 그대로 담은 목공예 등 두 점이 그 것.

수공예 전문가인 윤호씨는 아버지가 꿈에도 그리워하는 경기도 광주 고향집의 모습을 장독대, 돼지우리, 장작더미까지 그대로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 공예품에는 노래 '고향의 봄' 가사까지 씌어 있었다.

윤호씨는 아버지가 4년 전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할 때부터 아버지의 고향집 모형도를 만들어놓고 상봉을 기다리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1·4 후퇴 당시 아버지 대신 인민군 부역에 끌려간 북측 큰 오빠 정기형씨(78)와 60년 만에 재회한 정기영(72), 정기옥(62), 정기연(58) 자매는 오빠를 위해 특별히 신발 4켤레를 마련했다.

낡은 베잠뱅이에 헌 신발 차림으로 집을 나간 기형씨는 중간에 신발을 잃어버려 북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동네 사람들에게 "신발을 사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동네사람들은 이 말을 기형씨의 부모에게 전했고 아들을 맨발로 떠나보낸 어머니는 그 일이 평생의 한으로 가슴에 맺혀 세 자매에게 늘 '맨발로 나간 오빠' 얘기를 들려줬다.

남측 세 자매는 오빠에게 주기 위해 구두와 양복, 따뜻하게 신을 수 있는 털신과 솜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가죽신발을 준비했다.

기옥씨는 "(오빠의)사이즈를 알 수 없어서 보통 사이즈로 샀는데 옷과 신발이 조금 커 속상하다"며 "그래도 (돌아가신)어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죽은 줄만 알았던 북측 언니 송완섭씨(78)를 60년 만에 마주하게 된 남측 송미섭씨(74)는 여중생 언니를 백발로 만든 세월이 원망스러웠던지 구식 태엽시계만 5개를 준비했다.

미섭씨는 "전자시계는 2~3년마다 건전지를 갈아야 되지만 태엽시계는 건전지가 필요 없지 않느냐"며 "태엽시계를 구하느라 서울시내 시계방을 다 찾아다녔는데 못 구해서 특별 주문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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